매일신문

[민송기의 우리말 이야기] 잉어빵

찬바람이 불면서 거리에는 군밤이나 붕어빵을 파는 사람들이 부쩍 눈에 많이 띈다. 이제 겨울이 왔다는 것이 거리의 풍경에서 먼저 느껴진다. 그런데 요즘에는 붕어빵보다는 잉어빵을 파는 노점들이 훨씬 더 자주 눈에 띈다. 현재는 잉어빵이 비표준어이지만 사회가 변하는 것에 따라 있던 말이 없어지기도 하고, 새로운 말이 생겨나기도 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기 때문에 잉어빵도 많이 쓰이다 보면 표준어로 사전에 등재될 가능성은 충분하다.

새로운 사물이나 현상을 보았을 때 사람들이 새로운 말을 만들어 내게 되는데, 전적으로 새로운 말을 창안해 내는 경우는 거의 없다. 대신 머릿속에 있는 수많은 단어들 가운데 새로운 사물이나 현상과 공통점이 있는 말을 이용하여 여러 개의 말이 제안되고, 그중에서 가장 사람들의 공감을 얻을 수 있는 것이 채택이 된다. 예를 들어 '풀빵'의 경우 일단 이것의 정체가 굽는 것이기 때문에 빵에 가까운데, 일본에서는 '오방떡'이라고 하는 것을 보면 떡과 빵 중간 정도가 된다. 이 애매한 실체에 대해 한국 사람들은 빵과 더 가깝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빵 쪽에 손을 들어 준 것 같다. 그리고 단팥을 넣기 때문에 '단팥빵'이라고 할 수도 있고, 묽은 반죽으로 인해 풀같이 보이는 속성을 강조해서 '풀빵'이라고 할 수도 있다. 그렇지만 '단팥빵'보다는 '풀빵'이 새로운 빵의 속성을 더 잘 표현할 수 있기 때문에 '풀빵'이 채택되었다고 할 수 있다. 그러던 것이 풀이 음식이라는 느낌이 나지 않기 때문에 국화 모양의 빵틀에 찍는다고 해서 '국화빵', 붕어 모양의 빵틀에 찍는다고 해서 '붕어빵'으로 변화해 왔다고 볼 수 있다.

그런데 '잉어빵'의 경우는 잉어 모양의 빵틀에 찍어서 내는 것이 아님에도 '잉어빵'이라고 부르는 데는 다른 원리가 작용을 한다. 붕어빵에서 잉어빵이 확장되어서 나온 것은 바로 붕어와 잉어의 관계가 확장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두 사물의 관계를 이용해서 다른 상황에 적용을 시키는 방법을 '유추'라고 하는데, 붕어:잉어=붕어빵:잉어빵과 같은 식으로 표현할 수 있을 것이다. 잉어는 붕어보다 두 배 정도 크다는 것이 가장 명확한 차이점이지만, 잉어빵이 붕어빵보다 더 큰 것은 아니다. 또 다른 차이는 붕어는 흔한 것이었지만 잉어는 임금님의 수라상에도 올랐다고 하는 귀한 것이기 때문에 잉어는 붕어보다 고급이라는 의식이 사람들의 머릿속에 남아 있다는 것이다. 잉어빵이라는 이름을 만든 사람은 아마도 붕어빵보다 더 고급의 재료를 사용했다는 것을 강조하기 위해 그러한 이름을 지었을 것이며, 잉어빵이라는 이름을 들으며 사람들도 그런 느낌을 가지고 있다.

요즘 건강원에서는 붕어즙이 잉어즙보다 더 효과가 있어서, 더 고급이라고 한다. 붕어와 잉어의 관계가 이렇게 역전이 된다면 잉어빵보다 더 고급 재료를 사용하는 빵을 다시 붕어빵이라고도 할 수 있을 것이다.

능인고 교사 chamtc@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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