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현대 미술 거장 '야니스 쿠넬리스' 국내 첫 개인전

내년 2월16일까지 우손갤러리

야니스 쿠넬리스
야니스 쿠넬리스 'UNTITLED'

현대 미술의 거장 야니스 쿠넬리스(Jannis Kounellis, 1936~)의 국내 첫 개인전이 2014년 2월 16일까지 우손갤러리에서 열리고 있다. 쿠넬리스는 이번 전시를 위해 몇 주 전 국내에 도착, 설치작품을 제작했다. 작품 제작을 위해 작가는 건축현장에서 쓰는 H빔과 철선 등을 비롯해 옷가지, 쌀, 돌 등의 소재를 동원했다. 작업에 쓰이는 재료는 모두 국내에서 조달한 것이다.

쿠넬리스는 작품의 현지 제작에 대해 "새로운 환경과 새로운 만남 속에서 경험하고 느끼며, 현지재료로 작업하는 것이 내 작업의 중요한 요소"라고 말한다. 작가는 자신의 작품을 '1막짜리 연극'(one-acts)이라고 부르는데, 자신이 현재 서 있는 낯선 땅, 낯선 공간, 낯선 문화가 바로 우리를 소통하게 하는 연결고리이며, 삶과 예술이 교차하는 지점이라고 설명한다. 여러 개의 막으로 구성된 인생 혹은 작품 중에 이번 전시 역시 하나의 중요한 막이라는 것이다.

쿠넬리스는 "나는 항상 떠날 준비가 되어 있다. 다른 문화를 알아가고, 소통하고, 흡수하기 위해서는 어디로든 언제든 떠날 수 있어야 한다. 나는 그리스인이고 이탈리아 작가지만 지금은 여기에서 한국의 문화와 소통하고 있다"고 말한다.

쿠넬리스의 작업은 삶 자체를 작업으로 승화시키는 것이다. 그는 1966년 회화와 결별하고 삶이 개입하는 예술세계를 열기 위해 설치와 퍼포먼스 형태로 입체작품을 제작하기 시작했다. 1960년대 후반 쿠넬리스는 이미 '아르테 포베라'(Arte Povera)의 중심인물이 되었다. 아르테 포베라는 '보잘것없는' 재료를 통해 물질의 본성을 탐구하고 삶과 예술, 자연과 문명을 동일한 지평에 놓고자 이탈리에서 발생한 전위적 미술운동이다. 이때 작가가 사용하는 재료는 일상생활 속에서 찾아낸 것들이며, 이 소재들은 작가를 통해 삶의 무게를 지닌 예술언어로 되살아난다.

쿠넬리스의 대표적인 소재는 타고 있는 불, 타고난 뒤 그을음만 남은 촛불, 가스불꽃, 알코올램프 불꽃을 비롯해 석탄, 커피, 곡물, 솜, 돌, 철판 등이다. 여기에 삼베자루, 로프, 침대, 담요, 재봉틀 등 생활용품도 자주 사용한다. 쿠넬리스는 이번 우손 갤러리 전시에 출품된 작품에 제목을 붙이지 않았다.

쿠넬리스에게 작품의 재료는 재료가 갖는 상징적인 의미를 넘어, 각각의 재료가 이질적인 재료와 조합됨으로써 자연과 역사, 사회적 의미를 언급하는 목적으로 쓰인다. 쿠넬리스는 일상적인 소재뿐 아니라 살아 있는 동물, 가령 말이나 새까지 등장시켜 반미학적이면서 철저히 현실적인 공간을 창출함으로써 예술 매체의 영역을 넓히기도 했다. 1967년에 살아있는 새들을 설치예술에 포함시킨 바 있고, 2년 후에는 말 12마리를 로마의 한 갤러리에 풀어놓기도 했다. 데미안 허스트의 소와 양, 마우리치오 카텔란의 말과 비둘기, 다람쥐 등이 예술작품으로 자리 잡기 시작한 것도 쿠넬리스의 전위적인 작업에서 기인했다.

이번 전시에서 선보이는 4천㎏의 쌀이 든 포대와 H빔을 이용해 만든 설치작품은 한국 현대미술사와 세계 미술사에서도 이슈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쿠넬리스는 2001년까지 뒤셀도르프 예술 아카데미 교수로 재직했으며, 그의 작품은 수많은 국제 미술관과 주요 사설기관에 소장되어 있다.

조두진기자 earful@msnet.co.kr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