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문예보다 덕행이 으뜸" 윤리도적 갖춘 인재 원했다

학장·총장으로서 '심산의 훈시'

성균관대학교 졸업식에서 백범과 함께한 심산. 사진제공 성균관대학교
성균관대학교 졸업식에서 백범과 함께한 심산. 사진제공 성균관대학교

교육자로서 심산은 정의롭고 어진 사람을 키우려고 애를 썼다. 그의 생각은 성균관대학 학장(후일 총장)으로 행한 훈시와 글에서 빠짐없이 나타났다. 임시수도 부산에서 종합대학으로 승격된 후 첫 입학식에서의 훈시는 교육에 대해 그가 가졌던 철학의 요체라 할 만하다. 오늘을 우리에게도 경종을 울리는 당시 그의 훈시를 요약해본다.

"성균관대학의 창립 근본정신은 덕행은 으뜸이요 문예는 그 다음이라는 것이다. 먼저 덕행을 닦지 않고 문예에만 힘쓴다면 사막 위에 누각을 세운 것과 같은 위험천만의 교육이다, 우리 대학에서 덕행에 중점을 둔 동양철학과를 열어 유학개론 8학점 유학특강 8학점을 필수과목으로 설정한 까닭은 덕행과 문예의 본말이 상응하는 교육을 받게 하려는 것이다.

동양철학의 정신을 역설함은 한문학을 전공하여 문장대가가 되라는 취지가 아니다. 효경 소학을 위시하여 사서구경의 덕행에 관한 학문을 수득한 후에 점진적으로 각종 과학을 연구하게 함이 가장 체계 있는 학문이 되리라 믿는 까닭이다. 숭고한 덕행의 학문을 떠나서 오직 일반과학에만 치중한다면 훌륭한 법학자가 되어도 도의적 법학자가 되지 못하고 성공한 정치가가 되어도 도의적 정치가가 아니라 포학한 정치가가 될 뿐이다.

현재 우리 정치가 왜 혼란한지를 생각해보라. 그 원인이 모두 효제충신이 무엇인지, 예의염치가 무엇인지를 모르는 데서 일어난 것은 배우지 않은 이라도 알 것이다. 전 세계 인류가 모두 윤리도덕 정신 밑에서 보편적으로 생활화한 연후에 비로소 완전한 세계 평화가 오리라 믿는 바이다.

내가 덕행은 본이요 문예는 말이라고 주장한 것은 일반과학을 배격함이 아니요 진실로 덕행과 문예의 선후경중을 구별하여 본말이 겸비된 유덕유능의 진정한 선비가 되라는 것이다. 살아도 윤리 도덕에서 살고 죽어도 윤리 도덕에서 죽는다는 이념으로 학문을 연수하라."

심산은 이듬해 대학 잡지 권두언을 통해 자신의 교육이념을 다시 강조했다. 공자가 말한 대동 세계는 모든 사람이 행복한 이상사회를 말한다며 다음과 같이 이었다. '성균관대학은 공자의 이상 그의 인생관으로서 교육의 이념을 삼았다. 윤리의 기본이며 인간성의 기조가 되는 만인공통의 인을 정치 경제 문화 각 부문의 태반으로 해야만 이 혼란한 국면을 수습하여 신생 한국을 참다운 만인 상부상조의 민주국가로 발전시킬 것이다.'

서영관 객원기자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