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 꼭 챙겨보던 웹툰 중에 '내 늙은 개와 어린 고양이'라는 제목의 만화가 있었다. 작가의 집에서 키우는 열다섯 살을 넘긴 나이 든 강아지와 앞이 잘 보이진 않지만 아직 많이 어린 아기고양이와 함께하는 이야기로 채워진 그 그림 속엔 반려동물을 키우는 사람들이라면 누구나 공감하며 웃고 울게 되는 재밌고 감동적인 내용이 가득 담겨 있었다. 2년여 정도 연재되던 그 웹툰은 올 초에 완결되었지만 고양이들과 함께하다 보면 아직도 가끔 그 그림과 내용이 떠오르곤 한다.
이젠 그 웹툰의 이야기들이 예전처럼 멀게만 느껴지진 않는다. 우리 집 체셔도 이제 한 달만 지나면 8살 고양이가 되기 때문이다. 흔히 고양이가 10살이 넘으면 노령이라고 칭하지만 이르면 8살쯤부터 노화가 온다고 한다. 혹시나 체셔도 이른 노화가 오지 않을까 싶어서 때때로 유심히 살펴보고는 있지만 아직은 어릴 때랑 차이를 잘 모르겠다.
고양이들이 나이가 들면 움직이는 시간보다 자는 시간이 많아진다고 하는데, 체셔의 경우엔 예나 지금이나 비슷하다. 체셔는 어릴 적에도 그다지 움직임이 많지 않은 녀석이었다. 그래서 가끔 새벽에 혼자 울다가 뛰어다니며 운동을 하긴 했어도 그때를 제외하면 늘 어슬렁거리며 돌아다니거나 얌전히 한자리에 앉아 있는 것을 즐겼다. 그나마 어릴 때와 달라진 점이 있다면 두세 살까진 가끔 냉장고나 에어컨 위처럼 높은 곳에 올라가곤 했었는데 어느 순간부터 더 이상 책상보다 높은 곳엔 뛰어올라가지 않는다는 것이다. 하지만 원래 체셔가 높은 곳에 올라가는 것은 드문 일이었고, 내가 보기엔 나이가 들어서 안 올라간다기보다는 어릴 때보다 몸이 무거워져서 안 올라가는 것이려니 생각된다.
오히려 앨리샤와 함께 지내는 요즘의 체셔는 어릴 때의 체셔보다 훨씬 활발하다. 하루에도 수차례씩 둘은 '싸움 놀이'를 하면서 온 집안을 함께 뛰어다닌다. 늘 얌전한 체셔의 모습에 익숙했던 터라 처음엔 싸우는 줄 알고 적응 안 됐던 그 모습이 이젠 마치 두 마리의 귀여운 아기 사자가 서로 레슬링하며 장난치는 모습과 비슷하다고 느껴 웃으며 바라볼 뿐이다.
게다가 초반엔 주로 앨리샤가 장난을 걸면 귀찮아하며 마지못해 받아주는 모습이었는데, 요즘은 체셔가 먼저 가서 장난을 걸기도 한다. 이런 모습을 보고 있으면 도저히 '노령'에 가까워지는 중년 고양이라고 볼 수가 없다. 오죽하면 가끔 우스갯소리로 체셔가 영계(앨리샤)랑 놀더니 이야기 속에 나오는 '젊어지는 샘물'을 마신듯 '회춘'하는 것 같다고 말하곤 한다.
하지만 아예 걱정이 되지 않는 건 아니다. 행동으로 봐선 아무렇지 않다고 치부해도 내가 처음 체셔를 데려왔을 때를 생각해보면, 그동안 나도 많이 나이를 먹고 변했듯, 체셔도 많이 변했다. 그래서 실은 올 초에 스케일링하면서 이빨을 두 개 제거한 것도 마음에 걸리고 앞으로의 치아 건강상태도 걱정된다. 그래서 가끔은 강제로 입을 벌려 이빨 상태를 보기도 한다. 이 뿐만 아니라 친구네 집 열 살 넘은 강아지 곰돌이가 백내장이 오기 시작한 걸 본 이후부터는 행여나 체셔도 곧 백내장이 오지 않을까 노심초사하는 마음에 종종 눈꺼풀을 뒤집어 보기도 한다. 그리고 물을 잘 마시지 않는 고양이의 습성상, 특히나 나이가 들면 더욱더 신장질환이 걸리기 쉽다기에 의식적으로 물을 많이 먹이려고 캔을 따 줄 땐 꼭 물을 듬뿍 타서 주고 있다.
아직까지는 내 행동의 대부분은 노파심에서 비롯된 행동들이다. 하지만 반려동물과 함께하는 사람들이라면 누구나 자신의 반려동물이 병치레 없이 건강하게 오래오래 함께 있어주길 원할 것이다. 그리고 나 역시 마찬가지 마음이다. 체셔와 앨리샤가 앞으로 더 나이가 들어도 아프지 않고 건강하게, 그리고 되도록 오랜 시간 동안 내 곁에, 우리 가족 옆에서 머물러 줬으면 한다. 늘 지금처럼만.
장희정(동물 애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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