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매일춘추] 일 중독

자신을 꼼꼼히 되돌아보면 무언가에 중독되었다고 생각되는 것이 적어도 한 가지 이상은 있을 것이다.

중독의 대표적인 것으로 알코올, 흡연, 도박, 마약이다. 여자들 사이에는 끊임없이 뜯어고치는 성형중독이라는 말도 있다. 세상은 갈수록 중독이 될 만한 대상들이 더 많아지고 있다. 청소년들에게 큰 문제가 되고 있는 인터넷과 게임중독, 스마트폰 중독은 예전에는 생각지도 못했던 중독의 대상들이다. 이런 중독은 중독의 대상 자체만 놓고 보면 더 없이 편리하고 좋은 것들이지만, 지나쳐서 문제가 되는 것들이다.

얼마 전 어느 TV프로에서 쌍화탕에 중독된 젊은 여성의 이야기가 나와 유심히 본 적이 있다. 주변 사람들은 다 중독이라고 생각하는데 정작 당사자는 건강에 좋은 쌍화탕을 즐겨 먹는 것이 왜 중독이냐고 강변하고 있었다.

중독이 그렇듯이 모든 좋은 것에는 좋지 않은 것들을 함께 가지고 있다는 평범한 진리를 생각해 볼 수 있다.

전문직에 종사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자기 업무에 빠져서 지내기 마련이다. 문제는 어쩌다 여유가 생겨서 일을 안 하고 있으면 마음이 편안하기보다, 왠지 불안하고 안절부절못한다는 점이다. 필자 역시 그러하여 어쩌다 찾아온 여유를 즐길 마음도 안 생길 때는 이게 '일 중독'이 아닐까 하는 걱정이 들기도 한다.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특히 일 중독자가 많은 것은 어릴 때부터 성적이 우선시되는 교육 현실과 근면, 성실의 가치가 강조되는 직장문화로 인한 영향이 크다고 여겨진다.

예전에 둘째 아들이 게임에 빠져 있는 모습을 보고 게임중독이 아닌지 걱정하다가 "우리 아들이 공부중독이라면 얼마나 좋을까"하고 아들에게 무심코 던진 말이 있다. 말을 해놓고도 아무리 공부중독이라도 중독이라면 좋지 않은 건데 괜한 말을 했다는 마음이 금세 들었다.

미국으로 유학 간 한 학생의 이야기이다. 기말고사 시험을 칠 때면 미국학생들은 시험을 치러 들어갈 때나 나올 때도 평상시와 같이 웃음도 있고 표정도 밝지만, 한국학생과 중국학생들은 전투장을 들어갔다 나오는 사람처럼 심각하고 비장한 모습이라고 한다. 일과 성공에 대한 압박감에 시달리고 이에 우선 가치를 두는 사회적 환경과 문화가 일에 집착하는 중독자들을 길러내는 것이 아닌가 여겨진다.

영화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의 여주인공 메릴 스트립은 패션쇼 장으로 가던 중 남편으로부터 이혼을 통고받고도 일에 집착하는 모습을 보인다. 일과 삶의 균형을 찾는 것이 그리 쉬운 일은 아니지만, 가족과 주변을 돌아보지도 못하다가 화살처럼 지나가버리는 인생이 너무 아깝다고 후회하기 전에 생활의 우선순위를 한 번 점검해보자.

조미옥 리서치 코리아 대표 mee5004@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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