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기자노트] 경주도 사람 살 곳이다

지난 20일 한수원 본사의 경주 조기이전 유보 발표로 경주가 뒤숭숭하다.

본사 조기이전에 따른 사무공간 확보 등 여건이 갖춰지지 않았다는 게 주된 이유다.

이날 지역 국회의원과 시장, 시의회 의장, 한수원 사장 등은 4자회담에서 교육부가 최근 서라벌대학의 강의동 일부를 한수원의 임시사무실로 사용할 수 있다고 했지만 이 경우 도시계획을 변경해 교육시설을 업무시설로 용도변경해야 하기 때문에 특혜시비가 있을 수 있다고 했다. 용도변경과 리모델링 기간이 길어진다는 것도 조기이전 유보의 이유였다. 그러면서 평생학습센터 건립과 양북면 구길교 개선 등 몇가지 사업을 슬그머니 내밀었다. 이에따라 한수원 본사는 현재 양북면 장항리에 건설 중인 신사옥이 준공되는 2015년 말이나 돼야 이전이 가능하게 됐다.

하지만 이같은 소식이 전해지자 경주통합발전협의회와 경주중앙시장번영회 등 경주 지역 시민단체와 경주시의회 등이 반발했다.

시민단체들은 "서라벌대학이 교육부로부터 조건부 사용을 승인받았음에도 되는 쪽보다는 안 되는 쪽으로 이유를 찾고 있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으며, 한수원이 제시하는 사업 몇가지에 눈이 멀어 이를 용인하는 우를 저질렀다"고 비난했다.

집과 근무처가 마땅치 않아 경주에 오지 못하겠다는 것은 이해가 간다. 그러나 이 경우는 한수원이 경주에 내려오겠다는 의지로 최선을 다한 뒤 그래도 마땅한 곳이 없어 어쩔수 없이 유보했다면 시민들도 이해를 할 것이다.

한수원은 경주로 오겠다는 의지도 노력도 전혀 보이지 않았다. 이런저런 핑계를 대면서 서울에 버티고 있으면 이전하지 않아도 된다는 판단을 내렸을지도 모른다. 정권이 바뀌고 한전과 통폐합 등 여건이 바뀌면 경주 이전이 '없던 일'이 될 수도 있다는 생각도 가졌음직하다.

지난 7월에는 한수원 노조가 조기이전 연기 요청 기자회견을 했다. 여기서 "조기이전을 하면 한수원 직원들의 생활권이 울산이 될수도 있다"는 말도 했다.

한수원 이전 문제로 수년째 경주를 어수선하게 만들었으면, 천막사무실이라도 지어 내려오겠다는 각오가 있어야 한다. 경주 외곽지로 가면 폐교도 수두룩하다.

한수원은 사촌격인 한국원자력환경공단(전 방폐물관리공단)을 본보기로 삼아야 할 것이다. 원자력환경공단은 지난 2011년 2월 3년 앞당겨 경주로 완전 이전했다.

당시 공단의 한 간부는 조기이전을 서둔 것은 "하루하루 미루다 보면 내려오기가 더 힘들것 같아 우선 이사부터 했다"고 말했다.

서울에 앉아 집이 없네 사무실이 없네 하고 있을 것이 아니다. 조기이전 발표장에서 한 시민의 분통터진 한마디가 귀에 쟁쟁하다. "경주도 사람이 살곳이다."

경주·이채수기자 cslee@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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