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대구경북을 지식재산권 도시로 만들자] <3> IP 친화적 사회로

"지재권은 곧 현금" 멀리보고 관심을

대구경북은 경제 규모보다 지식재산권 창출이 부족하지만 디자인과 지식기반산업은 성장 가능성이 크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지난달 대구에서 열린
대구경북은 경제 규모보다 지식재산권 창출이 부족하지만 디자인과 지식기반산업은 성장 가능성이 크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지난달 대구에서 열린 '전국 중소기업 지식재산 경영인 대회'. 대구상의 제공.

미국 브루킹스 연구소는 지난 2월 흥미로운 보고서를 발표했다. 1980년부터 2012년까지 약 360개의 미국 대도시권역별 특허 트렌드를 분석한 '특허 융성'(patent prosperity)이라는 리포트였다. 이 연구에서 특허는 그 지역의 경제 성장에 주요한 역할(major contributor)을 해온 것으로 나타났다. 특허 증가율 상위권의 대도시권역들이 상대적으로 낮은 실업률과 높은 근로자당 GDP(국내총생산)를 기록한 것이다. 특허로 가장 번성한 지역으로 평가받은 곳도 다름 아닌 '실리콘밸리의 수도' 새너제이(San Jose)였다.

◆날로 높아지는 IP 경영의 중요성

창의적 아이디어는 지식재산권(IP'Intellectual Property)으로 현재의 이익창출원일 뿐 아니라 미래의 기업가치를 높이는 자산이다. 사회적으로는 새로운 시장과 좋은 일자리를 만드는 데 핵심 매개체 역할을 한다. 특허'디자인권'상표권 등 지식재산을 경쟁력의 원천으로 활용하는 IP 경영의 중요성이 날로 높아지는 이유이다.

'제이브이엠'(JVM'대구 달서구 호산동)은 병원'약국에서 쓰이는 약품 조제 자동화시스템 분야의 세계 1위 기업이다. 668건(출원 중인 305건 포함)에 이르는 지식재산권이 뒷받침됐다. 지난 11월 '전국 중소기업 지식재산 경영인대회'에서 대상을 받은 이 회사의 지재권은 2011년 이후 더욱 가파르게 늘고 있다. '직무발명 보상제도'를 도입하면서다. 금전적 보상은 물론 인사고과에도 반영하면서 전문 연구원뿐 아니라 생산라인 직원들도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이 회사 김재우(37) 특허팀장은 "수십 차례에 이르는 일본'미국 경쟁업체와의 특허 분쟁으로 IP 경영의 중요성에 눈을 뜨게 됐다"며 "직원들의 실용적 아이디어를 반영한 신제품 출시가 회사 성장에 큰 도움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직무발명보상제를 갖추거나 지식재산권 전담 부서를 운영하는 중소기업은 많지 않다. 취약한 자금 사정과 지재권의 필요성에 대한 낮은 인식 탓이다. 지난해 국내 전체 기업의 직무발명보상제 도입률은 43.8%로 독일'일본 등 선진국보다 저조한 상황이다. 이에 따라 국가지식재산위원회는 최근 기업 내 직무발명보상제도 도입률을 2017년 70%로 높이기로 하고 다양한 활성화 정책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특허청장 출신인 김광림 한국발명진흥회장(새누리당 국회의원'안동)은 "지재권은 10년 뒤의 부가가치를 미리 선점하는 것"이라며 "단기적으로는 부담될 수 있겠지만 중소기업들도 '지재권은 곧 현금'이라는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지역 특화산업에 주목하자

지난해 대구와 경북의 특허 출원 비중은 전국의 2.6%, 4.9%에 그쳤다. 이는 각종 지표보다 다소 미흡한 수준이다. 통계청이 23일 발표한 '2012년 지역소득'(Regional Income)에 따르면 대구와 경북의 지역내총생산은 각각 38조7천500억원, 83조2천300억원으로 전국의 3.0%, 6.5%를 차지했다. 전국 대비 인구 - 사업체 수 비중은 대구 4.9% - 5.3%, 경북 5.3% - 5.5%였다.

이에 대해 지식재산 전문가들은 지역 산업의 구조가 가장 큰 원인이라고 지적한다. 특히 대구는 기업 대다수가 대기업의 하도급에 의존하는 밴드업체여서 산업재산권에 관심을 두지 않는다는 것.

하지만 대구경북이 강점을 가진 분야도 있다. 산업재산권 가운데 하나인 디자인권이 그렇다. 대구는 지난해 2천960건의 디자인권을 출원해 서울'경기'인천에 이어 전국 4위(전국 비중 5.0%)를 차지했다.

홍석준(47) 대구시 창조과학산업국장은 "대구경북 대학에 디자인 전공 인력이 많이 배출되고 있는데다 대구경북디자인센터, 한국패션산업연구원 등 연구 인프라도 잘 갖춰져 있어서 디자인 분야의 경쟁력이 높다"고 평가했다.

나노'바이오'로봇산업 등 신성장동력분야의 지식재산권 분야 성장 가능성에 주목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OEM, 노동집약도를 앞세운 전통 제조업과 달리 지식기반산업은 지재권에 기반을 두기 때문이다. 포항에 있는 ㈜어플라이드 카본나노는 탄소나노소재 활용 기업으로 직원 수는 9명에 불과하지만 특허는 23건에 이른다. 2011년 경북도의 'IP 글로벌 스타기업'으로 선정된 이 회사의 정성실 기술연구소장은 "'전 직원 1특허 갖기운동'을 모토로 개발자별로 도출된 유사 아이디어를 그룹화한 후 프로젝트 연구팀을 구성해 관련 발명을 지재권으로 확보하고 있다"며 "특허 사용권을 달라는 외국기업들의 요청이 적지않다"고 전했다.

대구경북연구원 창조산업연구실 김병태(45) 연구위원은 이와 관련, "지역 지식재산 정책의 기본 방향을 우리가 잘할 수 있는 분야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며 "지역 지재권의 업무 전반을 총괄하는 컨트롤타워가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이상헌기자 davai@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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