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100세 시대 은퇴의 재발견] <끝>연재를 끝내며

"축복 받는 100세 시대를 위한 복음 같은 정보"

이형균
이형균 '2부 행복한 은퇴자' 주인공
김숙한
김숙한 '2부 행복한 은퇴자' 주인공

은퇴의 재발견이라는 시리즈를 시작하며 은퇴자에게 꿈과 희망을 주고 싶었습니다. 저 역시 은퇴자였기에 그 열망이 더욱 강했나 봅니다. 어둡고 무서운 은퇴라는 말을 '즐거운 은퇴' '기다려지는 은퇴'로 만들고 싶었습니다.

마지막회를 맞으며 이 연재에 참여했던 이들의 글과 관심 많았던 분들의 글을 모았습니다. 간단한 정리가 되었으면 합니다.

김순재 객원기자 sjkimforce@naver.com

◇"아버님이라니? 오빠라 불러주면 덧나나"…이형균 '2부 행복한 은퇴자' 주인공

"아빠! 그 신문 한 100부만 사서 보내." "100부씩이나 뭐하게?" "뿌려야지…."

서울로 출가하여 남매를 키우고 있는 '씩씩한 워킹맘' 큰딸이었다.

아빠가 매일신문에 대문짝만 하게 나왔다는 소식을 듣고 득달같이 전화를 한 것이다. 딸도 정년퇴직 후 힘들어하는 아빠를 걱정하고 있던 터라 내심 반가웠던 것일까.

30년여를 열심히 살아내고 기관의 장으로 후배들의 성화에 못 이겨 뻑적지근하게 퇴임식을 했지만 아무리 성대한 은퇴도 초라한 시작보다는 서글픈 것….

은퇴 후 목에 힘 빼기, 남에게 밥 사기를 훈련하고, 남보다 10도쯤 허리를 더 굽혀 인사하기를 배우고 익혀도 그놈의 헛헛한 허기는 메우기가 어려웠던 것이다.

아내는 또 어떤가. 그만하면 가족들 건사하며 잘 살았다고 힘을 실어준다. 3남매 다 출가하여 걱정 없이 살고 있어 성공한 삶이니 너무 쓸쓸해하지 말라고 다독인다. 은퇴한 지아비 마음 다칠까 부인네들 모임에서 주워들은 요즘 유행하는 '삼식이'이니 하는 해괴한 신조어도 지아비 앞에서는 모르는 척하며 배려한다.

요 며칠 새 날이 부쩍 추워지자 외투를 하나 더 사러 가자는 아내의 독촉에 백화점을 갔다. 30대 여점원의 말이 내 가슴을 인두처럼 지진다.

"아버님껜 이게 더 잘 어울릴 거예요."

캐주얼 단화와 스판이 들어간 레깅스 청바지를 입고 잔뜩 멋을 내어 간 나에게 오빠라고 불러주면 어디가 덧나나?

이런들 어떠리 저런들 어떠리. 누가 뭐래도 이젠 당당하게 살아가야겠다.

(이형균'2부 행복한 은퇴자 주인공)

◇"할머니로 살다 '뜻밖의 인생 활력소' 감사"…김숙한 '2부 행복한 은퇴자' 주인공

9월 29일 일요일 이른 시간에 "선생님! 어제 매일신문에 활짝 웃는 멋진 모습과 기사를 보았어요"라면서 생각지도 않았던 제자 수녀님으로부터 전화가 걸려왔다. "그 성당에도 신문을 받아 보는 가 봐요? 어쩌다 보니 제가 신문에 나오게 됐어요"라고 하니 "선생님은 진작에 신문에 나왔어야 했어요"라면서 축하해주었다.

그 수녀님은 20대 시절 첫 발령지 제자이고 지금까지 40여 년간 한 해도 그냥 지나치지 않고 안부전화 또는 편지를 해오는 제자다. 간혹 우리 집에 와서 식사도 하고 가는 인정 많고 고마운 제자다.

그 수녀님이 다른 친구들에게 입소문을 내어 쉰 중반이 훌쩍 넘은 제자들을 오랜만에 만나는 기회도 가졌다. 모두들 축하의 말을 건네며 맛있는 식사대접도 받았다. 식사하는 동안 어린 시절 옛 추억을 이야기하며 그때부터 선생님은 기타를 치면서 여가를 보내는 것을 봤다고 입을 모아 높이 칭찬해 주니 부끄러울 뿐이었다. 신문이라는 매체의 위력을 새삼 알게 된 계기였다.

퇴직 후 아무런 맥락 없이 할머니로 살다가 '은퇴의 재발견'이라는 시리즈 덕분에 생활에 활력소가 생겼다. 또한 주변 친구들의 부러움과 함께 은퇴 후 보람 있게 잘 보냈다는 칭찬을 들으니 앞으로 더 열심히 이웃과 함께하는 삶을 살아야겠다는 다짐까지 하게 됐다.

신문에 나온 이후로 매일신문을 구독하면서 '은퇴 일기'를 더 관심 있게 읽어보고 공감하며 감동받고 살고 있다. 은퇴의 재발견 시리즈는 은퇴자들에게 다방면으로 우물 안 개구리를 벗어나게 하는 정보를 제공하였는데 벌써 끝이라고 하니 섭섭한 마음뿐이다. 그동안 보잘것없는 저를 생기 있게 만들어 준 매일신문에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김숙한'2부 행복한 은퇴자 주인공)

◇"은퇴는 또 다른 시작 '꿈 명함' 미리 설계"…이숙희 북구시니어클럽 실장

정년연장법 통과를 두고 우리 부부 사이에 희비가 엇갈린 적이 있다. 근로자 300인 이상 사업장이 2016년부터 60세 정년을 법적 의무로 규정됨에 따라 말 그대로 우리집 가장인 남편의 사회생활이 현재 55세에서 5년이나 늘어난 60세까지 가능하다는 뜻이니 아내인 나로서는 기쁘지 않을 수 없었다.

5년 늘어난 시간 동안 근로자 자녀학자금 지원제도 혜택을 누릴 수 있으니 일단 나이 들어 가계소비의 가장 큰 부분이 될 딸아이의 학비문제는 해결 가능성이 다분히 생긴 것이다.

하지만 이렇게 기뻐하는 나와는 상관없이 정작 당사자인 남편은 내가 5년이나 더 일을 해야 하는데 뭐가 좋은 거냐며 오히려 반문한다. 본인은 55세에 은퇴하면 대구 인근의 농촌마을로 들어가 기계공학 출신답게 농기계를 고쳐주며 돈 대신 쌀, 깨, 콩 같은 농작물과 맞교환해 가며 노후생활을 영위해 나가겠다는 나름의 꿈과 계획들이 있었던 모양이다.

이런 얘길 들으며 취업활동과 관련된 일을 하고 있는 나로서는 남편의 비현실적인 생각과 꿈에 대해 인정하기가 힘들었다. 다가올 정년, 은퇴라는 단어가 오히려 두려워졌다. 나름 내 생각들을 정리할 시간이 필요했다.

그러던 어느 날 '은퇴의 재발견' 시리즈는 나에게 남편과 내 삶에 대해 다시금 생각해 볼 사고의 전환을 가져다 주었다.

노후대비는 자식을 위함이 아니라 우리 부부를 위함이요, 막연히 가졌던 먼 미래의 노후자금은 황금알이 되어 뚝 떨어지는 것이 아니라 지금부터 키워나가야 함이요, 은퇴는 일을 그만두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일을 찾아가는 기회가 될 수 있음이요, 직장 명함엔 내 현재의 삶이 있다면 내 '꿈 명함'엔 내 미래 설계를 담아갈 수 있음이라는 것을 알게 됐다.

터무니없게 느껴지던 남편의 말이 뇌리를 파고들며, 20년 후 우리 부부의 은퇴 설계도를 지금 초안부터 그려나가야겠다는 다짐이 든다.

(이숙희'북구시니어클럽 실장)

◇독자가 보내온 편지…노인의 삶 새 방향 제시

장수(長壽)를 축원하더니 이제 그 소망을 이루게 되었다. 우리는 100세 시대를 맞은 것이다. 그런데 그 백수(白壽)가 마냥 달갑지만은 않다. 우리나라의 경우 30년 인생살이 준비과정을 거쳐 30년 자기 인생을 바쁘게 살다가 은퇴 후 하는 일 없이 30년을 더 살아야 한다. 이 은퇴 후의 삶이 축복이 아니라 자칫 재앙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바로 이점을 걱정하는 것이다.

예로부터 노인의 삼고(三苦) 또는 사고(四苦)를 말해 왔다. 바로 이런 노인이나 가까운 장래에 은퇴할 중년들에게 '은퇴의 재발견' 시리즈는 복음과 같은 정보와 아이디어를 제공하고 있다. 고해(苦海)가 아닌 즐겁고 재미나는 노년(老年)이 되도록 미리 준비를 해야 한다. 동시에 존경받고 사랑받는 노인이 되도록 너그럽고 배려하는 마음을 가져야 한다. 그래야 노인이 외롭지 않게 될 것이다.

복지선진국의 노인들이 사는 모습들을 듣고 우리도 사고방식과 태도를 바꾸어야겠다고 느꼈다. 노인은 당연히 존경을 받아야 하고 대접을 받아야 하는가? 우리나라 노인들은 세계에서 제일 존경 받지 못하는 존재들이라 한다. 왜일까? 노인들 스스로 존경받지 못할 태도를 보이기 때문이 아닐까? 이런 점을 반성해보아야 하겠다. 노인들이 스스로 자신들을 위한 복지계획도 세우고 프로그램도 만들고 노인들끼리 외로운 노인들을 방문하고 돕는 태도는 우리가 꼭 배워야 할 일이다. 이것이 인생의 보람이요, 즐거움이 아니겠는가!

사실 인생이란 비록 노년이 아니라도 재미나게 살아야 한다. 그리고 보람 있게 살아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끊임없이 공부해야 한다. 이런 삶이야말로 사고(四苦)를 극복하는 삶이 아니겠는가?! 사람들은 이런 노인들을 사랑하고 존경한다. 이런 의미에서 '은퇴의 재발견' 시리즈는 이 시대에 딱 맞은 기획이며 보수적인 노인들에게 삶의 새로운 방향을 제시하는 지침이 된 듯하다.

(박석돈'경북대학교 사회복지학과 명예교수)

◇'버킷 리스트' 계획 세워

저는 60대 중반의 은퇴자입니다.

매일신문에서 토요 특집 '은퇴의 재발견'을 오늘에서야 읽고 진작 못 본 것이 아쉬웠습니다.

15년 전 다니던 은행이 하루아침에 사라지고 퇴출의 늪에서 허우적거리며 질곡의 터널을 헤매었지요. 좌절에서 신음하던 중 어느 책을 읽고 용기를 얻어 하고 싶은 일을 적어보고, 한 가지씩 실천하니 삶이 달라졌습니다.

'버킷 리스트'를 잘 몰랐는데 은퇴의 재발견 기사를 읽고 보니 저도 '버킷 리스트' 비슷한 계획을 세웠던 것 같아 기분이 좋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이 기사를 읽고 실천에 옮겨 행복하고 보람 있는 은퇴 생활을 하게 되길 바라는 마음 간절합니다.

앞으로 더 좋은 글 실어주셔서 은퇴자들에게 용기와 희망을 주시기 바랍니다.

(시지에서 독자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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