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책 펴든 경찰, 치안공백 어쩌나?

승진시험·인사 이동 코앞, 민원은 뒷전 휴가 쓰기도

연말 승진 및 전보 인사가 진행되는 경찰 내부 분위기가 상당히 어수선하다. 치안감급 이상 최고위 간부 인사 이후 경무관 및 총경 승진 인사가 오랫동안 진행되지 않아 지체 원인을 두고 많은 말들이 오가다가 10일 총경 승진 인사가 마무리됐지만 경정 이하급 시험 및 심사 승진이 예고돼 있어 거의 모든 관심이 인사에 쏠려 있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치안 공백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10일 대구경찰청에 따르면 이달 18일 경정'경감급의 중간관리직과 하위직에 대한 승진시험이 실시된다. 아직 경찰이 정확한 응시인원과 응시자 현황을 발표하지는 않았지만 지난해의 경우 총 330명이 응시해 64명이 선발돼 4.7대 1의 경쟁률을 보였다. 경정 승진에는 15명 선발에 96명이 지원, 6.4대 1의 경쟁률을 보였다. 경감은 12명 선발에 72명이 지원했다. 경위와 경사 승진 경쟁률도 3.5대 1 정도로 치열했다.

올해에는 지난해보다 시험 승진자가 훨씬 늘어날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아직 승진 인원이 확정되지는 않았지만 경찰 사기 진작을 위해 중'하위직에 대한 인사 폭이 늘 것이란 얘기가 오래전부터 나돌았기 때문.

인사 고과 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은 사람들이 대거 시험으로 몰리면서 시험 승진자 경쟁률이 지난해보다 높아질 것이란 얘기가 많다. 시험 대비를 하는 일부 경찰관들은 휴가를 최대한 활용하거나 심지어는 기본 업무를 제외하고는 거의 공부에만 몰두하고 있다. 경감에 도전하는 한 경찰관은 "승진 시험에 들어가는 과목들이 벼락치기로 공부해서 될 것들이 아니지만 인원이 늘 것이라는 얘기를 듣고 몇 달 전부터 죽기 살기로 매달리고 있다. 그러자니 동료들에게 업무를 떠넘기게 돼 상당히 미안한 마음이 든다"고 했다.

동료들도 시험을 준비하는 사람들의 입장을 이해해 최대한 업무를 지원하는 분위기이긴 하지만 업무 과중으로 불만의 목소리 역시 만만찮다.

심사 승진 경쟁률은 훨씬 더 치열하다. 부서별로 승진 예정자가 인사고과 관리를 하고 있어 어느 정도 예상되기는 하지만 그 틈을 비집고 들어가려는 동료들이 많아 잡음이 끊이지 않는다. 경정'경감 승진에 국회의원 배경은 어림도 없다는 말들이 나돌기도 한다.

한 경찰관은 "연말연시에 승진이 몰려 있어 이때만 되면 분위기가 묘하다. 승진 예고제 같은 것들이 도입되고 연중 승진 시스템이 가동돼 치안 수요가 집중되는 연말연시에 경찰 본연의 임무에 집중할 수 있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화섭기자 lhsskf@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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