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교복 대물림 후배사랑

안동 경일고에는 졸업생 선배들이 기증한 교복을 말끔하게 정리해 후배들이 교환하거나 가져갈 수 있도록 하는 교복교실이 있다. 이 학교는 벌써 13년째 교복 대물림사업을 하고 있다. 경일고등학교 제공
안동 경일고에는 졸업생 선배들이 기증한 교복을 말끔하게 정리해 후배들이 교환하거나 가져갈 수 있도록 하는 교복교실이 있다. 이 학교는 벌써 13년째 교복 대물림사업을 하고 있다. 경일고등학교 제공

안동 경일고등학교에는 '교복교실'이 따로 있다. 장롱 속에 잠자고 있는 졸업생들의 교복을 무상으로 후배들에게 전해주기 위한 것. 교복값 걱정을 더는 것은 물론, 재활용의 가치와 모교 사랑 정신을 가르치는 일석삼조의 나눔교육 현장이다.

이 학교의 교복 대물림은 올해까지 13년째 이어지고 있다. 재학생이면 누구나 학교 내 생활지도실에 마련된 교복교실에서 몸에 맞지 않는 교복을 교환하거나 무상으로 가져갈 수 있다.

교복교실에는 기증받은 교복을 정갈하게 손질한 뒤 쉽게 원하는 치수를 찾을 수 있도록 정리해 두고 있다.

올해도 2월 졸업을 앞둔 174명의 3학년 선배들이 기증한 동복 102벌, 하복 102벌, 체육복 50벌이 추가로 진열돼 후배들의 선택을 기다리고 있다.

3월 입학 예정인 30여 명의 학생이 벌써 '교복교실'을 다녀갔고, 재학생들도 수시로 이곳에서 교복을 맞교환하거나 무상으로 가져가기도 한다. 깨끗하게 입고 졸업할 때엔 이 행사에 꼭 동참하겠다는 약속도 한다.

졸업을 앞둔 권정호(19'용상동) 군은 "교복을 물려주는 3학년 졸업생들은 새 옷처럼 깨끗이 세탁해 기증하거나 후배들에게 귀감이 될 만한 짧은 글귀를 주머니에 넣어 두기도 한다"고 말했다.

재학생 김기홍(17'예천군) 군도 "우연히 교복 주머니 안에서 선배님들이 남긴 글귀를 찾으면 소중한 마음의 선물까지 받았다는 생각에 뿌듯하고 따뜻해진다"고 했다.

생활지도부장 권정건 교사는 "처음에는 남들이 입던 옷을 재활용해 물려 입는다는 생각에 주저하던 학생들이 많았지만 이 운동의 의미와 참뜻을 꾸준히 홍보한 결과, 요즘은 언제든 스스럼 없이 교복교실을 찾아온다"며 "이제 학교의 전통으로 자리 잡게 됐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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