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데스크 칼럼] 프로 스포츠 전용구장 시대 열리나

대구를 연고지로 하는 프로축구 대구FC와 프로야구 삼성 라이온즈가 큰 변화를 앞두고 있다. 지역을 대표하는 두 프로 구단이 프로 스포츠의 한 축을 담당하는 경기장 시설을 전용구장으로 개선하려는 것이다. 전용구장은 프로 스포츠의 성공을 담보하는 중요한 요소이지만, 1982년 프로야구 원년 출범한 삼성과 2003년 프로축구 무대에 뛰어든 대구FC는 전용구장 없이 오랫동안 운영되고 있다.

이 때문에 두 구단은 마케팅 측면에서 성공하지 못했다. 삼성은 주 경기장인 대구시민야구장이 너무 작고 오래돼 팬 친화적인 마케팅을 할 수 없었다. 대구FC는 홈그라운드 대구스타디움(전 대구월드컵경기장)이 너무 큰 것이 화근이 돼 팬들을 경기장으로 불러들이지 못했다.

문제는 출발을 잘못했고, 이를 알고도 빨리 바로잡지 못한 데 있다. 프로야구는 고교 야구 인기에 힘입어 출범했다. 야구장을 만원 관중으로 가득 메운 고교 야구의 인기는 프로야구에 그대로 전해졌으나, 프로 구단은 이를 계속 유지하지 못했다. 이유는 열악한 경기장 시설에 있었다.

삼성은 대구시민야구장이 대구시 소유라는 점을 들어 적극적으로 시설 개선에 나서지 않았고, 독자적으로도 전용구장 마련에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당연히 삼성은 잠실, 사직, 문학 등 2만 5천여 명을 수용하는 큰 구장을 둔 팀들처럼 선진화된 마케팅을 할 수 없었다.

대구FC는 현실과는 거리가 먼 너무 거창한 꿈을 안고 출범했다. 그 배경은 2002년 한'일 월드컵이었다. 월드컵 열기에 고무된 대구시와 지역 경제계가 국내 최초의 시민축구단을 출범시켰으나 유니버시아드대회를 염두에 두고 2001년 종합 경기장으로 완공된 대구스타디움은 관전 불편으로 축구팬의 등을 돌리게 했다.

이 같은 팬들의 원성 속에 삼성과 대구FC는 전용구장 건립을 추구했고, 대구시의 도움으로 전용구장은 조만간 빛을 볼 수 있게 됐다.

도시철도 2호선 대공원역 옆에 들어설 대구 새 야구장은 이미 공사 중이다. 공사 차질이 빚어지지 않는 한 삼성 팬들은 2016년 시즌 개막전을 이곳에서 볼 수 있을 전망이다. 팔각 개방형으로 설계돼 2만 4천 명(최대 2만 9천 명)을 수용하는 새 야구장은 대구의 랜드마크로 손색없을 것으로 보인다.

전용축구장 건립은 이제 시작 단계다. 올 시즌 2부 리그 추락으로 구성된 비상대책위원회는 대구FC 발전의 걸림돌 중 하나가 전용구장 부재임을 지적하며 구단주를 맡은 대구시에 전용구장 건립 방안을 제시하라고 요청했고, 대구시는 올 시즌 홈 개막전 때 로드맵을 제시하기로 했다.

1만~1만 5천 명 수용 규모의 전용축구장 건립 부지로는 수성구 대구스타디움 보조 구장, 북구 대구시민운동장, 동구 박주영축구장, 달서구 두류공원 등이 물색되고 있다. 대구스타디움 보조 구장은 지역 스포츠 시설을 집적화해 효율성을 높이는 측면에서 가장 바람직하다. 부지 매입비가 들지 않고 대구체육공원으로 지정돼 있어 도시계획을 다시 할 필요도 없다.

대구시민운동장은 야구장이 빠져나가면서 볼거리가 없어진 인근 지역민들에게 다가설 수 있다는 점에서 후보지로 검토되고 있다. 두류공원 내 유니버시아드 테니스장은 테니스장이 들어서기 전 축구장으로 사용된 곳으로, 축구인들이 후보지로 추천하고 있다. 박주영축구장이 자리 잡은 율하공원은 전용구장과 훈련장, 클럽하우스를 모두 지을 수 있는 넓은 공간을 확보하고 있지만, 도시계획이 필요한 단점을 안고 있다.

그러나 무엇보다 중요한 점은 조속한 건립 추진이다. 새 야구장 건립 때처럼 부지 확정에 오랜 시간을 허비하거나 예산 부족을 이유로 대구시가 미적거리는 일이 없어야 한다. 대구는 한국전쟁을 거치며 피란민들의 삶의 터전이 되면서 문화와 함께 체육 분야에서 큰 발전을 이뤘다. 하지만, 체육은 시설 면에서 문화 분야처럼 현대화되지 못하고 낙후된 모습을 하고 있다. 그만큼 대구시의 스포츠에 대한 투자가 문화와 비교하면 인색했다고 볼 수 있다. 문화 분야보다 여러 걸음 뒤처져 있는 대구 스포츠가 전용구장 마련으로 힘을 내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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