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 황우여 대표의 오픈 프라이머리(개방형 예비경선) 도입 제안에 대해 여당 내에선 이미 공감대가 형성된 만큼 때가 됐다는 의견이 다수다. 반면 민주당은 황 대표의 입법 제안이 나오자마자 "(기초선거 정당공천제 폐지와 관련한) 대선 공약 뒤집기를 위한 전형적인 물타기"라며 즉각 반발했다.
◆여'야의 입장은?
여당 의원들은 오픈 프라이머리 도입에 상당한 공감대를 형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무조건적인 정당공천 폐지보다 상향식 공천제 등 공천제도 개혁에 무게를 싣는 분위기는 당헌'당규 특위나 정치개혁특위 회의에서 나타나기도 했다.
정개특위 소속 김학용 국회의원은 "위헌 소지가 있는데도 꼼꼼하게 검토하지 않고 공천제 폐지를 공약했던 여야가 국민 앞에 함께 사과하고 대안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새누리당의 입법화 작업은 꽤 오래전부터 진행돼 왔다. 최근 같은 당 김태원 의원도 모든 선거에 동시 오픈 프라이머리를 시행하도록 하는 공직선거법 개정안을 발의해 놓은 상태다. 지난 5월 비슷한 취지의 공직선거법 개정안을 발의한 김재원 당 전략기획본부장(군위의성청송)은 "굳이 당론으로 확정할 절차도 무의미할 정도로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고 했다.
하지만 같은 당내 우려도 있다. 주호영 정개특위원장(대구 수성을)은 15일 "국민에게 후보자 선출권을 주는 데 동의하며, 정개특위에서도 심도 있게 논의할 계획이다"면서 "하지만 우리나라 정치환경에 바로 적용하기에는 문제가 있다. 경선일을 공휴일로 하는 문제, 각 당 지지자의 투표 성향이 국가기록으로 남을 때 비밀투표가 보장되지 않아 생기는 부작용, 오픈 프라이머리가 곧 당선과 동일시되는 특정지역에선 조직동원의 문제 등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여당의 다른 관계자는 "당내 합의가 이뤄지지 않은 채 지도부가 일방적으로 발표했다"며 불편한 기색을 드러내기도 했다.
야당은 즉각 반대하고 나섰다.
민주당 박용진 대변인은 "기초선거 공천제 폐지 대선공약을 뒤집기 위한 표적이동 전술이자 전형적인 물타기"라며 "차라리 솔직하게 대선공약 폐기를 선언하는 게 더 책임 있는 태도"라고 꼬집었다.
박수현 원내대변인도 "뜬금없이 오픈 프라이머리 입법화를 제안했다"며 "정당공천 폐지 약속을 이행하지 않으려는 꼼수를 부릴 시간적 여유가 없다"고 비판했다.
◆후보마다 유'불리점은?
황우여 대표의 오픈 프라이머리 입법화 제안에 대해 후보들 간에는 유'불리를 따지느라 바쁜 눈치다. 일각에선 새누리당의 오픈 프라이머리가 그동안 당원 30%, 대의원 20%, 국민 30%, 여론조사 20%의 비율이 반영된 제한적 개방형 예비경선이어서 이 규칙대로 갈 것이란 관측을 내놓고 있다.
유리한 후보는 인지도가 높은 유명한 후보다. 오픈 프라이머리는 정치에 소외됐거나 아예 무관심한 층의 참여를 유도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이들은 자신들이 알고 있거나, 주위에 괜찮은 사람이 누구인지 물을 수 있는데, 이때도 인지도가 반영된다. 현역 의원에게 프리미엄이 생긴다.
당원과 대의원의 뜻이 50% 반영돼 조직 동원력이 강한 후보에게 유리한 결과가 나타날 수 있다. 이 역시 현직에 유리하다. 2002년 민주당은 대선 경선에서 국민 50%, 당원'대의원 50% 비율로 예비경선을 치렀고 노무현 당시 후보가 '노사모'라는 조직을 기반으로 승기를 잡았다. 2007년 민주당 예비경선에서는 손학규 후보가 여론조사에서 앞섰지만, 정동영 후보가 조직력에서 앞서 대선 후보 자리를 꿰찼다.
하지만 오픈 프라이머리 과정에서 참신한 정책을 내놓거나 현실성 있는 비전을 제시한 신인 후보가 단번에 인기를 올릴 가능성도 있다. 오픈 프라이머리를 시행하고 있는 미국에선 연설 한번으로 '오바마 바람'이 일어 대권으로 직행한 적이 있다.
하지만 신인 후보의 언론 노출 기회가 얼마나 있는지, 언론이 기성 후보보다 신인 후보에게 주목할지가 관건이다. 소선거구제에서는 입소문이 얼마나 퍼질 것이냐도 중요하다.
여론조사나 모바일 투표는 현장 투표를 보완하기 위해 만든 장치지만 조직 동원의 폐단이 드러난 바 있다. 통합진보당의 부정 투표 논란이 대표적이다. 일각에선 이런 폐단을 차단하기 위한 장치를 마련하지 않으면 오픈 프라이머리 과정에서부터 불협화음이 일 수 있다고 지적한다. 또 당원과 대의원들 사이에선 정당 기여도가 없는 주민과 다를 바 없다며 불만을 제기할 수도 있다.
영호남에서는 오픈 프라이머리 과정에서도 '기호 순번 로또'를 염려한다. 영남은 기호 1번, 호남은 기호 2번을 뽑은 후보가 득표에 유리해져 유권자 표심이 왜곡될 수 있다.
◆실현 가능성은?
오픈 프라이머리 논의는 수년 전부터 있어왔지만, 실현 가능성에 대해선 비관적인 전망이 많다.
지난 2002년 당시 새천년민주당은 국민경선제를 통해 노무현 후보를 대선 후보로 선출했고, 당시 한나라당도 후보 경선에 국민참여 방식을 도입했다. 2007년 대선을 앞두고도 당시 열린우리당이 대선 후보 경선에 오픈 프라이머리를 도입하자고 했지만 강재섭 당시 한나라당 대표는 반대했고, 남경필 의원 등 당내 일부의 반발을 사며 국민 여론을 대폭 반영하는 절충안을 택한 바 있다.
지난 대선에서도 논의는 거듭됐다. 정몽준 전 대표와 이재오 의원, 김문수 경기지사 등 비박계 잠룡 3인방은 일제히 경선 불참을 시사하며 오픈 프라이머리(개방형 예비경선제) 도입을 강력히 요구했지만, 친박계 지지자들의 역선택 가능성과 비용 문제 등을 이유로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황 대표는 그동안 무공천의 위헌성을 강조하며 상향식 공천을 주장해왔다. 그간의 논의로 당내 의원들 사이에선 오픈 프라이머리에 대해 상당한 공감대를 형성했다는 말도 나온다.
김재원 당 전략기획본부장은 "여야 합의가 이뤄진다면 몰라도, 위헌 논란으로 공천 폐지가 어렵다면 공천권을 국민에게 돌려주는 차원에서 오픈 프라이머리가 도입될 필요가 있다"고 했다.
하지만, 여당 내에서도 이견은 나온다. 한 여당 관계자는 "최고위원회의나 의총 등 공식적으로 논의하지 않고 당 지도부가 일방적으로 발표한 것"이라고 했다. 당론 확정에도 진통이 따를 가능성이 엿보인다.
야권의 반발도 넘어야 할 산이다. 이날 회견이 끝난 직후 민주당 박용진 대변인은 "오픈 프라이머리 도입 주장은 난데없다"며 "대선공약을 뒤집으려는 물타기"라고 비판했다.
신당 창당을 앞둔 무소속 안철수 의원도 정당공천제를 폐지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게다가 이 문제를 포함한 공천 개혁 논의를 하는 국회 정치개혁특위의 활동시한은 이달 말까지다. 이 때문에 오픈 프라이머리 입법화의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것이 정치권의 전망이다.
◆미국에서 시행하고 있는 오픈 프라이머리
오픈 프라이머리는 미국식 개방형 예비경선제다. 당원이냐 아니냐에 상관없이 '누구나' 정당의 후보 선출 과정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하자는 제도다.
국회 입법조사처에 따르면 미국 정당의 공직 후보자 지명 방식은 세 가지로 나뉜다. 간부회(caucus), 대의원 대회(convention), 예비선거(primary) 방식이다. 대통령 선거는 코커스나 예비선거 방식으로 하고 있는데, 이번에 황 대표가 제안한 것은 예비선거 방식이다. 예비선거는 당원 외에 일반 유권자가 참여하는데, 참여자격을 제한하는지에 따라 개방형(open primary)과 폐쇄형(closed primary)으로 나뉜다. 개방형은 참여하는 유권자가 소속 정당이나 지지 정당을 밝히지 않고 선거에 참여하는 것이고, 폐쇄형은 정당 지지자라고 밝힐 경우에만 참여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미국의 2012년 대선을 보면 민주당은 36개 주에서, 공화당은 35개 주에서 예비선거를 실시했는데 이 가운데 개방형은 두 정당이 20개 주에서만 실시했다. 이유는 이 예비선거제도의 단점에 있기 때문이다. 경선 초반에 후보가 정해질 경우 다른 지역의 경선이 무의미해진다. 또 경선에 대한 관심이나 참여가 점차 줄어들고, 장기간의 경선 과정으로 선거자금 규모가 늘어날 수밖에 없다는 단점도 있다. 경선을 하면 대선 투표율이 낮아질 수 있고, 매스미디어가 강력한 힘을 발휘해 여론이 호도되기고 하며, 후보자 간 과열 경쟁으로 당내 분열도 초래된다고 보기도 한다. 물론 개방형 오픈 프라이머리는 일반 유권자가 참여할 수 있어 민주성과 개방성을 지니면서 공천 과정의 민주성이 확보된다는 장점도 있다.
정욱진기자 penchok@msnet.co.kr 서상현기자 subo801@msnet.co.kr 이지현기자 everyda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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