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겨울 뜨겁게 달궈졌던 프로야구 스토브리그가 사실상 막을 내렸다. 각 구단은 소속 선수들과 연봉 계약을 대부분 마무리한 채 따뜻한 스프링캠프에서 구슬땀을 흘리기 시작했다. 하지만 삼성에는 아직 싸늘한 냉기가 감돌고 있다. 핵심 전력인 투수 윤성환'안지만과의 연봉 협상이 장기화할 조짐을 보이면서다.
삼성 관계자는 17일 "올 시즌을 마치면 프리 에이전트(FA) 자격을 얻는 윤성환과 안지만은 인상 폭에서 구단과 견해 차이가 꽤 크다"며 "당분간 냉각기가 불가피할 것 같다"고 말했다. 몇천만원 정도의 밀고 당기기가 아니라는 설명이었다. 이른바 '예비 FA 프리미엄'을 둘러싼 신경전이어서 접점을 찾기가 어려워 보이는 상황이다.
예비 FA 프리미엄이란 FA를 앞둔 선수의 연봉이 큰 폭으로 오르는 현상을 가리킨다. 시즌 후 FA 시장에서 인기가 높을 것으로 예상되는 소속 선수의 이탈을 막기 위해 각 구단이 미리 몸값을 올려두는 것이다. FA를 영입하려는 구단은 선수의 전 소속 구단에 선수 1명과 해당 선수 연봉의 200% 또는 해당 선수 연봉의 300%를 보상해야 한다. 올해 스토브리그에서는 '예비 FA 최대어'로 꼽히는 SK 와이번스 내야수 최정이 연봉 7억원(인상률 34.6%)에 계약, 프리미엄을 두둑이 챙겼다.
일단, 삼성은 '관행'을 따르지 않겠다는 방침이다. FA로 풀리면 그때 해당 선수와 정당하게 협상을 벌이고, 연봉 협상은 연봉 협상대로 진행하겠다는 입장이다. 물론 지난해 협상에서 전년보다 5천만원씩 인상된 3억원에 사인했던 안지만과 윤성환도 순순히 뜻을 굽히지는 않을 전망이다. 윤성환은 지난해 팀 내 최다 이닝(170.2)을 던지면서 13승8패 방어율 3.27의 좋은 성적을 거뒀다. 안지만 역시 지난해 팀 내 최다 경기(54) 등판과 불펜투수 중 가장 많은 63.2이닝 소화로 삼성의 통합 3연패에 크게 기여했다. 양측 모두 명분을 갖춘 만큼 뜻밖에 긴 '기 싸움'이 예상되는 배경이다.
두 선수는 15일 괌으로 떠난 스프링캠프 참가자 명단에서 빠졌다. '21세기 최강의 팀'으로 자리매김한 삼성에서 주력 선수의 전지훈련 불참은 보기 어려웠던 장면이다. 올해 역시 류중일 감독은 구단의 양해 아래 미계약 선수들을 전지훈련에 데려갈 방침이었지만 선수들이 자진해서 불참 의사를 밝혔다. 계약하지 않은 상태에서 스프링캠프에 합류하면 훈련 집중도 안 되고 팀 분위기만 해칠 수 있다는 이유였다. 안지만은 17일부터 경기도 용인에 있는 STC(삼성트레이닝센터)에서, 윤성환은 경산 볼파크에서 훈련하고 있다.
이상헌기자 davai@msnet.co.kr
댓글 많은 뉴스
나경원 "李 장남 결혼, 비공개라며 계좌는 왜?…위선·기만"
이 대통령 지지율 58.6%…부정 평가 34.2%
트럼프 조기 귀국에 한미 정상회담 불발…"美측서 양해"
김기현 "'문재인의 남자' 탁현민, 국회직 임명 철회해야"
李대통령, 남아공 대통령·호주 총리와 정상회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