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초선거 정당 공천 폐지를 백지화하려는 새누리당에 대한 무소속 안철수 의원의 비판은 명분에서 전적으로 타당한 당위론이다. "국민에게 한 약속을 정치적 이익을 위해 저버리는 것은 전형적인 사익 추구 정치" "국민을 깔보는 권위주의적 낡은 잔재와 사고" "백주 대낮에 국민과의 약속을 어기고도 사과도 없는 상황"이란 그의 정의(定義)는 이의를 달 수 없는 '춘추어법'(春秋語法)이다. 국민의 갈채를 받을 만하다.
그러나 공허하다. 정당 공천 폐지가 국민과의 약속 위반이란 사실은 언론이 지금까지 지겹도록 지적해왔다. 국민도 정당 공천 폐지의 백지화는 안 된다는 것을 안 의원보다 더 잘 알고 있다. 모든 사람이 알고 있는 것을 이제야 마치 자기주장인 듯 얘기하는 안 의원을 보면서 그 특유의 '당위론병'에 국민은 이제 슬슬 지겨워지기 시작한 것 같다. 상황이 어떻게 바뀔지 눈만 굴린다는 의미의 '간잽이'라는 별명을 다시 입에 올리는 사람도 늘어나기 시작한 듯하다.
국민이 안 의원에게 바라는 것은 모두가 알고 있는 원칙이 아니라 대안이다. 기초선거 정당 공천 폐지는 순기능만큼이나 역기능이 많다. 정당 공천이 폐지되면 지방 토호 등 기득권 세력의 발호, 여성과 정치 신인의 정치 진출 기회 차단, 후보자가 누가 누군지 모르는 '깜깜이' 선거 등의 부작용은 불을 보듯 뻔하다. 정당 공천 폐지가 빈대 잡자고 초가삼간 태우는 격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안 의원은 정치를 시작할 때부터 지금까지 '새 정치'를 줄곧 외치고 있다. 그러나 안 의원의 새 정치가 무엇인지 아는 국민은 별로 없다. 이런 점에서 기초선거 정당 공천 폐지 논란은 이런 콘텐츠 부족 비난을 해소할 좋은 기회다. 정당 공천 폐지의 역작용을 차단할 수 있는 구체적인 대안 제시가 바로 그것이라는 점에서 그렇다. 그러나 대안을 생각해 보지 않은 것인지, 고민해 봤으나 만들어 낼 능력이 없어서인지 안 의원은 그렇게 하지 못했다. 그래서 그의 '새 정치'는 또다시 공허한 구호로 전락하고 있다. 이런 '새 정치'로는 국민의 마음을 잡지 못할 것이다. 듣기 좋은 꽃 노래도 한두 번이다. 안 의원의 당위론 타령이 바로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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