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의창] 주치의

'주치의'라고 하면 흔히 정치인이나 재력가에게만 있는 것으로 생각해 평범한 사람은 그저 '강 건너 불구경'처럼 완전히 남의 일처럼 여기고 있다. 우선 내 주변을 둘러봐도 주치의가 있는 사람들이 거의 없다. 거의가 아니라 전혀 없는 듯하다.

주치의란 무엇인가? 말 그대로 어떤 사람을 주로 치료해 주는 의사를 뜻한다. 쉽게 말해서 단골 의사다. 그러다 보면 그 의사가 주로 진료하는 과목 외의 질환에 대해서도 상담하게 되고, 그러다 더 친밀해지면 친구처럼 되며, 인생살이의 대소사도 함께 의논하는 상대가 된다. 젊을 때야 이런 주치의가 필요하지 않을 터이고, 관심조차 없을 것이다.

그러나 나이가 들어가고 밑에 딸린 식구들이 늘어가면서 의사를 찾고 상담을 해야 할 일들이 생기는 것이다. 예를 들면, 최근 겨울이 되니 아무래도 운동량이 부족하다 싶어 웨이트운동을 한다고 좀 무리한 기구를 들다가 어깨가 삐걱하는 바람에 심한 통증이 와서 오른팔을 잘 쓸 수 없었다. 마침 토요일 오후라 마땅히 쉽게 찾아갈 수 있는 병원도 없었기에 평소 아내와 필자가 요통 때문에 주치의로 생각하고 신세 지고 있는 C선생에게 연락했다.

그는 어깨 회전근에 문제가 생긴 것 같다며 여기저기 수배해서 빠른 시일 내 그 방면의 전문의에게 진료받게 해 주었다. C선생이 없었다면 적절한 전문가를 만나고, 신속하게 진료받기가 쉽지 않았을 것이다. 평소 유대관계를 잘 맺고 있었던 덕이라 할 수 있다.

이런 것도 서울과 지방의 차이인지 모르겠으나 서울 쪽에 있는 친지들은 자신의 주치의가 누구라고 밝히고 일반적인 건강에 관한 것이나 특정 질환에 관해 얘기할 때 자신의 주치의와 의논하겠다고 하는 게 보통이다. 그래서 평소 주치의를 식사에 초대하고, 때때로 운동도 같이 하면서 유대관계를 소홀히 하지 않도록 애쓴다고 한다.

사람이 살면서, 특히 나이를 먹어가면서 가장 중요한 것은 뭐니 뭐니 해도 건강이 아니겠는가. 이 소중한 건강을 관리해 줄 의사 한 사람을 가까이 둔다는 것은 큰 보험을 하나 들어놓은 것과 같지 않을까 싶다.

무슨 큰일이 생겼을 때, 그때야 부랴부랴 호들갑을 떨지 말고 미리미리 의사를 알아두는 것도 좋을 듯하다. 동네의원 의사도 좋고, 병원급의 봉직의사도 좋다. 성품이 부지런하고 정이 많으며 애살이 많은 의사, 거기에다 대인관계가 좋은 의사라면 금상첨화다.

이런 의사라야 환자를 위해 소소한 것까지 챙겨주고 끝까지 귀찮다고 하지 않으면서 뒤를 봐 줄 것이다. 영국 속담에 이런 말이 있다고 한다. '나쁜 의사를 이웃으로 두는 게 착한 변호사를 이웃으로 두는 것보다 낫다.' 이것이 시사하는 바가 우리로 하여금 미소를 짓게 한다.

박경동 효성병원 병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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