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속세서 겪은 두번의 시련 후 출가 "노랫말은 나의 법문"

노래 포교 12년째 성일 스님

"대중에게 들려주는 노랫말이 법문이요, 노래하는 행위가 곧 포교다."

12년째 전국 지하철 역과 공원 등에서 노래로 포교를 하는 스님이 있어 화제가 되고 있다. 이달 10일 지하철 동대구역 입구에 걸려 있는 '노래하는 성일 스님 자선음악회'란 빛바랜 플래카드가 한눈에 들어온다. 플래카드 앞에는 승복을 입은 스님이 통기타 음악을 연주해 지나가는 사람들의 발길을 사로잡는다. 5년째 매월 4차례 이곳에서 자선음악회를 열고 있는 스님은 구미 문수사에서 수행 정진을 하고 있는 성일(54) 스님. 노래하는 스님으로 더 많이 알려져 있다.

스님은 대학시절 통기타 그룹을 결성해 각종 음악경연대회에서 상을 휩쓸었다. 하지만 대학졸업 후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하고 싶어 라이브 전원카페를 열었지만 현실은 마음처럼 녹록지 않았다고 말했다.

한 차례 시련을 겪은 후 생계를 위해 공장 막노동판에 뛰어들었지만 얼마 되지 않아 기계조작 미숙으로 양손과 얼굴에 화상을 입고 두 번째 시련을 맞게 된다. 그때 그의 나이는 30대 초반이었다. 사고 당시 그의 얼굴은 녹아내려 형체를 알아보기 힘든 것은 물론 두 손이 오그라들어 더 이상 손가락을 사용할 수 없다는 의사의 말을 듣게 된다. 절망에 빠져 지내던 중 우연한 기회에 한 스님의 권유로 2001년 40세의 나이에 출가를 결심하게 된다. 전국의 사찰을 돌며 간절한 기도와 염원을 담은 끝에 대전 금강사 주지 스님으로부터 계를 받았다.

그는 자신이 좋아하는 노래로 희망을 전하겠다는 결심을 하면서 대전 공주치료감호소와 대전소년원 재소자들을 위한 교화활동을 시작했다. 점차 영역을 넓혀 동대구, 대전 등 전국 지하철 역과 공원 등을 찾아다니며 노래로 포교 활동에 앞장서오고 있다.

노래 포교를 나오는 날은 한 곳에서 꼬박 5시간을 서서 노래한다. 화려한 무대도 응원하는 팬도 없는 거리에서 장기간 연주를 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스님의 모습을 보고 "스님이 미쳤구나! 중이 절에 있어야지 승복 입고 기타 치고 대중가요라니…" 라며 손가락질할 때 상처를 받기도 하지만 자신이 세운 원을 이루는 그날까지 스님은 노래 봉사를 멈출 수 없다고 말한다.

글'사진 오금희 시민기자 ohkh7510@naver.com

멘토'배성훈기자 baedory@msne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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