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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설 연휴 긴박한 소아응급병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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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 3곳서 1,300여 명 "아파요"

1일 오후 계명대 동산병원 소아응급센터에서 의료진들이 고열과 감기 등에 시달리는 어린이환자를 진료하며 바쁘게 움직이고 있다. 정운철기자 woon@msnet.co.kr
1일 오후 계명대 동산병원 소아응급센터에서 의료진들이 고열과 감기 등에 시달리는 어린이환자를 진료하며 바쁘게 움직이고 있다. 정운철기자 woon@msnet.co.kr

오랜만에 가족'친지들이 한자리에 모여 안부를 묻고 덕담을 나눈 설 연휴. 그러나 아이가 아프면 이런 평화도 깨진다. 더욱이 문을 여는 병'의원이 많지 않은 명절 기간엔 아픈 아이의 부모는 애가 탈 수밖에 없다.

대구에선 야간'공휴일 소아진료병원(계명대 동산병원 소아응급센터'시지열린아동병원'한영한마음아동병원)이 진료 취약시간대에 소아환자를 돕고자 설 명절 연휴 내내 문을 열었다. 본지 기자들이 설 다음 날인 1일 저녁과 2일 새벽 시간대 이들 병원을 찾아 긴박하고 애타는 순간을 함께했다.

◆고열에 온몸을 떠는 아이 업고

2일 오전 5시 40분쯤. 안모 씨가 아홉 살 된 아들을 업고 백지장 같은 얼굴로 동산병원 소아응급센터를 찾았다. 1일 밤부터 고열에 시달리던 아들이 2일 새벽 갑자기 경련을 일으켜 부리나케 이곳에 온 것. 증세가 심하자 의사는 순서를 기다리는 다른 환자와 보호자들에게 양해를 구한 뒤 즉시 진료에 들어갔다.

38℃ 고열에 온몸을 떨며 입술까지 새파래진 안 군은 2년 전에도 비슷한 증상으로 병원을 찾은 적이 있었다. 해열제를 먹였는데도 열이 내리지 않았다는 안 씨의 말에 담당의사는 "아홉 살이면 열경련이 잘 나타나지 않을 나이"라며 꼼꼼하게 안 군의 상태를 살폈다. 오전 7시 40분쯤 다행히 안 군의 열이 내렸고 8시 20분엔 정상체온으로 돌아왔다. 안 씨는 "밤에 아이가 아프면 응급실밖에는 갈 곳이 없는데, 아이들만 전문적으로 봐주는 소아응급병원이 대구에 있어 큰 위안이 됐다"고 했다.

1일 오후 5시쯤 이모(60) 씨는 변비가 있던 손자(4)가 낮부터 복통을 호소하며 땀을 흘려 급하게 한영한마음아동병원으로 달려왔다. 인근에 병원이 있지만 오후 5시까지밖에 하지 않는다고 해 수소문 끝에 야간진료를 하는 이곳을 찾았다. 다행히 손자는 치료를 받은 후 호전됐고, 오후 7시에는 병원을 나설 수 있었다. 이 씨는 "명절 땐 대부분 병원이 일찍 문을 닫거나 열지 않아 아이가 아프면 당황할 수밖에 없는데 다행히 저녁까지 진료를 해줘 고마웠다"고 했다.

◆1시간 이상 대기할 정도

이들 병원은 설 연휴 내내 밀려드는 환자들로 북새통을 이뤘다. 1일 오후 6시 30분쯤 시지열린아동병원에는 접수를 하면 1시간 30분가량을 기다려야 할 만큼 대기자가 많았고, 다른 병원도 오전부터 환자의 발길이 이어졌다.

특히 이번 설 연휴엔 독감이 유행해 환자 수가 더 많았다는 게 병원 관계자의 말. 동산병원 소아응급센터 이가현 전공의는 "대부분이 열이나 감기 때문에 찾는데 간단한 조치 후 돌려보내는 때도 있지만 정도가 심한 경우도 있다"며 "자칫 진료 시기를 놓치면 후유증을 앓거나 심하면 목숨까지 잃기도 해 아이들 진료는 여러 상황을 꼼꼼하게 살펴야 한다"고 했다.

발작이나 호흡곤란, 탈수, 폐렴, 모세기관지염, 100일 미만 고열 유아 등이 병원을 찾을 땐 그야말로 초긴장 상태가 된다.

환자가 줄을 이으면서 이들 병원에선 대기는 필수. 아픈 아이의 부모는 병원에 도착했다는 안도감에 숨을 골랐지만, 진료 순서를 기다리다 지치는 모습도 눈에 띄었다.

1일 오후 7시쯤 시지열린아동병원을 찾은 김모(33) 씨는 "세 살 난 딸이 열이 나 체온계로 재니 39도나 됐다. 다음날 병원이 문을 열 때까지 기다릴 수 없어 야간에 진료하는 곳을 검색해 이곳으로 급하게 달려왔다"며 "하지만 접수한 지 1시간이 지나도 더 기다려야 해 마음만 급해진다"고 했다.

◆대구시, 전국 최초 야간 소아병원 운영

병원도 몰려드는 환자를 고려해 당직 전문의 수를 늘렸으나 대기 시간을 크게 줄이진 못했다. 평소 휴일 야간에 의사 2명을 배치한 시지열린아동병원의 경우 이번 연휴기간 야간에만 3명의 의사가 진료를 봤으나 많은 환자를 소화하는 데는 한계가 있었다. 한 병원 관계자는 "종합병원 응급실을 찾기 부담스러운 부모들이 야간에도 진료하는 아동병원을 선호하면서 이번 설 연휴에는 평소 휴일보다 2, 3배가량 많은 환자가 집중됐다"고 했다.

대구시에 따르면 이번 연휴기간 이들 3곳의 병원에서 야간시간에 진료를 받은 아동환자는 모두 1천300여 명에 이르는 것으로 집계됐다. 한영한마음아동병원은 연휴 4일 동안 오후 5시부터 9시까지 655명, 시지열린아동병원은 설 당일을 제외한 3일간 오후 5~9시 258명, 동산병원 소아응급센터는 4일(24시간)간 418명의 아동을 진료했다.

대구시는 전국 지방자치단체 최초로 2012년부터 진료 취약시간대 소아환자 진료 불편을 없애고자 야간'공휴일 소아진료병원을 지정'운영하고 있다. 시지열린아동병원(2012년 7월부터'평일 자정까지, 토요일과 공휴일 각각 오후 11시, 오후 9시까지)과 한영한마음아동병원(2013년 6월부터'평일 자정까지, 토'공휴일은 오후 9시까지)은 소아청소년과 전문의와 필수 의료인력 등이 야간시간대 상시 진료체계를 유지하고 있다. 동산병원 소아응급센터는 1년 365일 24시간 소아환자를 전문적으로 진료하고 있다.

사회1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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