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경주 마우나리조트 붕괴…체육관 설계부터 안전확인 않았다

감독 맡은 건축구조기술사 돈 받고 업체에 도장 맡겨

무너진 체육관 기둥 아래쪽이 벌겋게 녹슨 채 드러나 있다. 원래는 고강도 무수축 모르타르를 5cm 깊이로 시공해 주기둥을 바닥에 단단히 고정시키고 빗물 등의 유입을 막아 주기둥이 부식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무너진 체육관 기둥 아래쪽이 벌겋게 녹슨 채 드러나 있다. 원래는 고강도 무수축 모르타르를 5cm 깊이로 시공해 주기둥을 바닥에 단단히 고정시키고 빗물 등의 유입을 막아 주기둥이 부식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138명의 사상자를 낸 마우나오션리조트 체육관 붕괴 사고의 원인이 총체적인 인재로 드러났다.

체육관 건립 과정에서 설계'시공'감리 등이 모두 부실했고, 체육관 지붕 제설작업도 이뤄지지 않았으며, 수용 적정인원보다 많은 사람을 무리하게 수용해 대피가 어려웠던 점이 원인으로 밝혀졌다. 마우나오션리조트 안전사고 수사본부는 이 같은 내용의 중간수사 결과를 28일 발표했다.

◆설계'시공'감리 부실 투성이

사고가 난 체육관은 설계과정에서 구조안전 확인이 전혀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강구조물 제작업체가 설계한 구조도면 및 구조계산서는 건축구조기술사로부터 구조안전 확인을 받아야 하지만 이 같은 과정이 생략된 것으로 드러났다.

건축구조기술사 장모 씨는 강구조물 제작업체인 E강재 측으로부터 매달 250만원을 받는 조건으로 아예 업체 측에 도장을 맡겨둔 것으로 밝혀졌다.

아울러 건축사는 구조계산서를 반영하거나 구조기술사와 협의하지 않고 건축설계도면을 작성, 임의로 보조기둥바닥 판의 앙카볼트를 4개에서 2개로 변경했다.

시공 과정에서도 부실 공사가 이뤄졌다. 기초 터파기부터 부실로 이뤄졌던 것. 건축법상 기초 터파기 공사 후 앙카볼트를 삽입해 철근과 용접한 후 콘크리트를 타설하고, 고강도 무수축 몰타르를 5㎝ 두께로 시공해 주기둥을 바닥에 단단히 고정시켜야 한다.

그러나 이런 과정은 임의로 생략됐다. E강재 측은 콘크리트를 타설한 상태에서 주기둥과 앙카볼트를 연결한 후 몰타르 시공 대신 시멘트로 마감 처리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 때문에 주기둥 하부와 앙카볼트가 상당 부분 부식되는 등 하부지지 구조가 매우 부실했다는 것. 국과수 감식결과 주기둥 등 일부 부재에서 기준치에 미달되는 부실자재가 사용된 것으로 드러났고, 시공사는 강구조물 시공을 하도급을 준 뒤 제대로 감독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설계와 감리를 맡은 L건축사사무소 측은 감리일지를 작성하지도 않았고, 현장을 확인하지도 않고 감리보고서를 작성한 것으로 밝혀졌다. 이 때문에 임의로 설계와 다르게 시공하고 부적합 자재를 사용한 사실을 파악하지 못했다.

◆제설 안 하고 초과 수용

마우나오션리조트 측도 제설 대책과 안전 점검이 소홀했던 것으로 조사됐다. 리조트 측은 당시 폭설로 눈이 쌓여 붕괴 위험이 있었던 체육관 지붕에 대한 제설 작업을 외면했다. 또한 체육관을 운동시설로 허가를 받은 뒤 강당으로 사용하면서도 시설물 안전관리 특별법상 정기 안전점검 대상이 아니라는 이유로 안전점검을 단 한 번도 하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은 수용 한도를 넘은 인원이 들어가 사태를 키운 것으로 보고 있다. 경찰은 소방시설 설치'유지 및 안전관리에 관한 법률에 따라 적정인원을 산출한 결과 260명이 적정한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사고 당시 체육관에는 무려 537명이 들어가 있었다. 이 때문에 사고 당시 대피가 늦어진 것으로 보고 책임 소재를 가리기로 했다.

이벤트 대행업체도 공연 중 안전사고에 대해 책임을 지기로 계약하고도 영상, 음향 등 행사진행요원 13명 만 배치했을 뿐 안전요원은 전무했던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은 현재까지 마우나오션리조트와 설계사무소, 시공사, 감리업체, 총학생회, 이벤트사 측 관계자 등 100여 명을 대상으로 조사를 벌였고, 관련업체 5곳을 압수수색했다. 또 국립과학수사연구원과 한국시설안전공단, 강구조학회 등이 참여해 수차례에 걸쳐 감식 작업을 벌였다. 경찰은 마우나오션리조트와 부실시공과 관련된 설계'시공'감리업체 관련자들에 대해 사법 처리할 계획이다.

경주 이채수 기자 cslee@msnet.co.kr

장성현 기자 jacksoul@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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