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춘의 백 그라운드 음악을 세월이 흐른 뒤 뮤지컬로 다시 듣고자 기꺼이 티켓값을 지불하는 관객들이 많아졌다. 이미 대중성을 검증받은 가사와 멜로디를 무대 문법으로 재구성한 주크박스 뮤지컬이다. 최근 뮤지컬 시장에 신선함을 불어넣고 있고, 일부 작품은 흥행보증수표가 됐다.
◆추억 다시 듣기, 주크박스 뮤지컬
주크박스란 음반이 가득한 상자에 동전을 넣으면 노래를 골라 틀 수 있는 장치를 가리킨다. 틀 수 있는 노래는 흘러간 히트곡이 대부분이었다. 마찬가지로 주크박스 뮤지컬은 인기를 얻은 대중음악을 모아 소재로 활용한 뮤지컬을 뜻한다.
주크박스 뮤지컬 형식은 영화에서 먼저 주목받았다. 미국 영화 '사랑은 비를 타고'(1952)가 대표적인 초기작이다. 남자 주인공이 우산을 들고 길거리에서 비를 맞으며 '싱잉 인 더 레인'(Singing in the Rain)을 부르는 장면이 유명하다. 이후 미국 뉴욕 브로드웨이에서 주크박스 뮤지컬이 속속 등장했고, 이어 영국 런던 웨스트엔드에서도 유행했다.
2000년대 들어 주크박스 뮤지컬은 큰 전환기를 맞는다. 맘마미아(1999)가 상업극장 가에서 대규모 흥행을 기록하기 시작했다. 유럽과 브로드웨이, 일본을 거쳐 우리나라에서도 인기를 얻었다. 맘마미아는 1970~80년대에 큰 인기를 얻은 스웨덴 출신 혼성그룹 아바(ABBA)의 히트곡으로 구성됐다.
◆대형 주크박스 뮤지컬의 시작, 맘마미아
맘마미아의 인기 비결은 아바의 히트곡으로 구성한 탄탄한 이야기 뼈대다. 극본을 쓴 캐서린 존슨은 아바의 노래 대부분이 가족이나 우정, 사랑 등 일상 속 감정을 주제로 하고 있는 것에 착안해 절묘하게 이야기를 구성했다. 아바의 노래 가사도 변형 없이 그대로 뮤지컬에 쓰였다.
그런 만큼 맘마미아는 철두철미한 라이브가 기본이다. 다음 달 28일부터 대구에서 시작되는 영국 웨스트엔드 오리지널판 기획을 맡은 예술기획성우의 배성혁 대표는 "무대에서 잠시 내려온 배우들은 쉬지 않고 무대 뒤에서 마이크를 잡고 계속 코러스를 불러야 한다"며 "아바가 곡 사용 허락을 조건으로 '곡의 모든 부분을 100% 라이브로 불러달라'고 요청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맘마미아의 성공 이후 대형 주크박스 뮤지컬 작품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록 밴드 퀸의 노래로 구성한 '위 윌 록 유'(We Will Rock You'2002), 디스코 그룹 보니 엠의 '대디 쿨'(Daddy Cool'2006) 등 매년 꾸준하게 나오고 있다.
◆주크박스 뮤지컬 소재 많은 우리 대중가요
국내에서는 '와이키키 브라더스'(2004), '젊음의 행진'(2007) 등 여러 가수의 히트곡을 엮은 작품들이 먼저 나타났다. 지금은 주로 특정 뮤지션의 노래로만 구성한다. 1980년대 가수 이문세가 부른 작곡가 고 이영훈 씨의 곡들로 구성한 '광화문 연가'(2011)는 히트한 이후 지난해 시즌 2도 공연됐다.
요즘 뮤지컬계가 주목하는 뮤지션은 고 김광석이다. 최근 3년간 '바람이 불어오는 곳'과 '그날들' '디셈버' 등 3편이나 제작됐다. 특히 디셈버는 김광석의 미발표곡 '다시 돌아온 그대'와 '12월'을 공개해 더욱 주목받고 있다.
하지만 왕년에 큰 인기를 얻은 대중가요라고 해서 쉽게 뮤지컬화 되지는 않는다. 고(故) 유재하나 산울림 같은 경우 후배 뮤지션들이 꾸준히 헌정 활동을 펼치고, 종종 방송프로그램에서 회고되지만 뮤지컬화는 얘기만 나오고 있다. 한 뮤지컬 업계 관계자는 "해당 뮤지션에 대한 회고 분위기가 강하게 나타나야 뮤지컬 제작에 힘이 실리고, 이후 반응에 따라 장기 공연도 기획할 수 있다. 분위기가 사라지면 추진이 힘들다"고 말했다.
조용필은 스스로 1990년대부터 자기 곡으로 뮤지컬을 만들겠다고 공언한 바 있다. 관련 프로젝트가 구성돼 몇 차례 시놉시스가 나왔지만 조용필은 만족하지 못했다고 한다. 또'단발머리', '창밖의 여자' 등 활동 초기에 발표한 히트곡들의 저작권을 조용필이 갖고 있지 않은 점도 걸림돌이 됐다.
하지만 조용필은 최근 자신의 초기 히트곡 31곡에 대한 저작권을 완전히 되찾았다. 또 최근 앨범인 '헬로'(2013)가 젊은층에게까지 큰 인기를 얻으며 뮤지컬 제작도 다시 급물살을 탈지 주목된다. 한 뮤지컬 업계 관계자는 "조용필은 현재 국내 공연계에서 가장 막강한 티켓 파워를 가진 뮤지션이다. 그 힘이 그대로 뮤지컬 성공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황희진기자 hhj@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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