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학교에서 선행학습을 유발하는 일체의 것을 금지하고, 학원에서는 선행학습을 광고하는 것을 금지하는 것을 골자로 한 '선행학습 금지법'에 대해서 '변죽만 울린 선행학습 금지법'과 같은 제목의 기사가 많다. 여기에서 '변죽을 울리다'는 말은 핵심을 바로 건드리지 못하고 주변적인 것만을 건드릴 때 주로 사용하는 표현이다.
'변죽'이라는 말은 가장자리를 뜻하는 한자어 '변'(邊)에 목재의 끝 부분에 남아 있는 껍질이나 밥상의 가장자리 부분을 가리키는 순 우리말인 '죽'이 합쳐진 말이다. 가장자리의 의미를 가진 두 말이 합쳐져 '그릇이나 세간, 과녁 따위의 가장자리를 이르는 말'이라는 사전적 의미를 가지게 된 것이다. '변죽'은 장구의 통을 감싸고 난 가장자리 부분을 지칭하는 데도 사용이 된다. 통을 감싼 가운데 부분을 '복판'이라고 하는데, 복판을 치면 통을 울리는 소리가 나지만 변죽은 아무리 쳐도 통을 울리는 것과 같은 소리가 나지 않는다. '변죽을 울리다'라고 했을 때는 그릇이나 세간 따위의 가장자리를 울리는 일은 잘 없기 때문에 변죽은 장구의 변죽을 지칭하는 것으로 보는 것이 타당할 것이다.
그런데 사전에는 '변죽을 울리다'는 것을 핵심을 바로 이야기하지 않고 우회적으로 이야기하는 것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주변적인 일도 계속해서 하면 중심적인 것이 영향을 받게 되어 있다는 의미를 가진 '변죽을 울리면 복판이 운다'는 속담도 있다. 이것은 변죽이라는 것이 중심과 연결되어 있으며, 핵심을 바로 건드리지 못하는 경우 주변적인 부분을 건드리는 것이 효과적인 전략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는 것이기도 하다. 그런 의미로 생각한다면 선행학습 금지법이 주변적인 것일 수는 있지만 교육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효과적인 방법이 될 수 있으므로 '변죽만 울린'이라는 비판은 부적절한 것이 될 수 있다.
그렇지만 속담과 달리 실제로 장구의 변죽은 아무리 쳐도 복판을 울리지 못한다. 그런 점에서 보자면 신문기사들에서 사용한 '변죽만 울린'이라는 표현은 적절하다. 학교에 대해 잘 모르는 사람들은 정부의 안이 공교육을 정상화할 것이라고 하지만, 학교 선생님들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법이 시행되면 교육청에서는 학원들을 단속하기는 어렵기 때문에(선행학습과 예습, 영재 수업을 어떻게 구분하나) 학교들이 선행학습을 유발하는지 감시만 할 가능성이 크다. 그러면 일반 학교에서는 수학에서 급격히 어려워지는 미적분을 교육과정에 따라 수능을 앞두고 가르쳐야 한다. 이것은 한마디로 학생들에게 수능을 제대로 보려면 학원에 가라고 말하는 것이다. 학생들이 선행학습을 하고, 극한 직업에 가까운 학습에 시달리면서도 재수 삼수까지 하는 진짜 이유는 무엇인가? 바로 서열화된 대학과 실력보다는 학벌에 따라 대우를 하는 사회 때문이 아닌가. 이 핵심적인 것은 건드리지 못하는 정책은 결국 변죽만 울리다 마는 것이다.
능인고 교사 chamtc@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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