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영호남 국회의원 동서 교류 이벤트 아닌 실천으로

88고속도로 확장부터 실현하라

새누리당 경북 지역과 민주당 전남 지역 국회의원들의 모임인 '동서화합포럼' 소속 선량(選良) 20명이 어제 구미에 있는 박정희 전 대통령 생가를 찾았다. 이들은 박 전 대통령 추모관을 참배하고 동상 인근에 이팝나무를 기념으로 심었다. 고 박정희'김대중 전 대통령 걸개 사진 제막식을 연 후에는 간단한 식사를 나누면서 저마다 화합과 우의의 언사를 쏟아냈다.

이철우 새누리당 경북도당위원장은 "동서화합포럼을 더욱 발전시키기 위해 영호남 도지사와 시장, 군수가 참석하는 당정협의회를 열고, 동서 시군 간 자매결연을 맺어 진정으로 화합하는 모습을 보여주자"고 했다. 민주당 이윤석 전남도당위원장도 "민주화의 상징인 김대중 전 대통령 생가와 산업화의 대표인 박정희 전 대통령 생가 방문으로 모범적인 동서 화합을 이루자"고 화답했다.

이날 행사는 지난 1월 새누리당 소속 경북 지역 의원 10여 명이 전남 신안군 하의도에 있는 김대중 전 대통령 생가를 찾은 데 대한 답방이었다. 그때도 "동서 교류는 국민 대통합의 결정적 단초이다" "영호남의 진정한 화합은 민족 통일로 가는 지름길이다" "새마을운동도 같이 하고 고속도로도 같이 닦자" 등의 주옥같은 말들이 많이 나왔다.

하지만 이에 대해 국민들은 여전히 냉소적인 눈길을 보내거나 의구심을 떨쳐버리지 못하는 분위기이다. 국회에서 쟁점만 부각되면 어느 날 대치 국면으로 돌변해 지역 갈등을 조장하고, 선거철만 되었다 싶으면 지역감정에 의지해 표를 구걸할 게 뻔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모처럼 영호남 국회의원들의 아름다운 행보가 언어의 유희요, 정치적 쇼맨십이라는 힐난을 면하기 위해서는 진심을 바탕으로 하나하나 실천해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 10년도 넘은 세월 동안 예산 타령만 하며 공정률이 60%에 머물고 있는 대구~광주 구간 유일한 직선 통로인 88고속도로 확장부터 보란 듯이 이뤄내 보라.

그리고 국토 균형 발전과 민족 화해의 큰 틀에서 영호남의 윈윈 전략을 구사해야지, 끼리끼리 주고받는 식의 산술적인 예산 협조나 현안 공조는 곤란하다. 협량한 지역주의를 극복하고 도량 있는 국민 통합의 정치를 펼쳐야 한다. 그것이 국회의원의 소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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