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초(年初) 세운 다이어트 계획에 전운이 감돈다. 작심삼일(作心三日)이 되려나?
새해를 맞아 잠시 귀국한 딸아이가 실내용 자전거를 사 주고 갔다. 한 해 동안 체중을 2㎏만 줄여보라는 권고였다. 나는 반색했다. 뉴스 볼 동안만 자전거를 탄다 해도 2㎏ 감량은 문제없을 것 같았다. 자전거는 거실 TV 맞은편에 놓였다.
군에 간 아들이 휴가 나와 자전거를 주목했다. "좋은데요, 누나가 큰돈 썼네." 아들은 자전거가 마음에 드는 모양이었다. 제 키와 다리에 맞춰 이것저것 조작하더니 며칠 동안 TV를 보며 신나게 탔다.
아들이 귀대하자 자전거에 올라 보았다. 무얼 어떻게 조작했는지 발이 페달에 닿지가 않았다. 바퀴도 저 혼자 쏜살같이 돌아갔다. 무심한 아들이 저 좋은 대로 기능을 맞춰놓고는 원상 복구를 안 해둔 탓이었다. 기계치인 나는 이것저것 눌러보다가 내려오고 말았다.
우여곡절 끝에 자전거가 회복되어 운동을 시작했다. 스마트폰으로 딸에게 자전거 타는 모습을 찍어 보내며 몸이 한결 가벼워졌다고 자랑도 했다. 딸도 기분이 좋아져서 이번 다이어트에 성공만 하면 몸에 꼭 맞는 재킷 하나 선물하겠다고 호기를 부렸다.
며칠 안 가 엉덩이 쪽에 작은 뾰두라지가 생겼다. 뾰두라지는 세력을 키우더니 곪을 조짐을 보였다. 물오르기 시작한 자전거 타기에 브레이크가 걸렸다. 땀 닦으려던 수건만 싱겁게 자전거 손잡이에 걸렸다.
뾰두라지가 나을 무렵 이번에는 계단에서 넘어져 팔을 부러뜨리고 말았다. 팔꿈치 골절이었다. 의사는 겨드랑이까지 깁스를 하더니 어깨걸이로 팔을 고정시켜 놓았다. 그 상태로 자전거를 타는 것은 위험했다. 세수할 때나 잠잘 때 푸는 깁스 어깨걸이만 조신하게 자전거 손잡이에 걸렸다.
딸이 영상통화를 걸어왔다. 말도 많고 탈도 많은 전후 사정을 듣다가, "잠깐만요!" 딸은 침을 꼴깍 삼켰다. "자전거에 걸린 것들은 뭐예요?"
나는 죄인처럼 후드득 놀라 카메라에 비친 자전거를 몸으로 가렸다.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린 형국이었다. 딸이 사 준 자전거에는 운동은 없고 수건에, 어깨걸이에, 입다 만 스웨터까지 주렁주렁 걸려 있었다. 작심삼일 조짐을 보이는 다이어트의 전리품들이 '오등(吾等)은 옷걸이임을 선언하노라'고 팔 벌려 외치고 있는 것 같았다.
소진/에세이 아카데미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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