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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시조로 푼 한시] 三灘偶吟(삼탄우음) / 함계 정석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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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연히 작은 배에 누워보려고 하네

두 물이 합수하는 곳을 신조어로 '두물머리'라고 부른다. 이는 남한강과 북한강이 합수한 물의 위치를 가리킨 말로 쓰인다. 큰 강이 흐르기까지는 여러 지류에서 합수하는 물이 모여서 큰 강을 이룬다. 어디 두 지류뿐이겠는가. 세 곳의 물이 합수한 곳도 더러 있다. 우리는 이를 삼탄이라 부르려 한다. 세 곳의 물이 합수한 곳에서 초연히 잡된 인간사 모든 것 다 버리고 작은 배에 눕고 싶다고 읊었던 시 한 수를 번안해 본다.

드높은 가을 하늘 한 조각달이 뜨니

그림자 천 리 강으로 저 멀리 흘러가네

초연히 인간사 버리고 작은 배에 누워보네.

秋天一片月 影入千江流

추천일편월 영입천강류

願棄人間事 超然臥小舟

원기인간사 초연와소주

【한자와 어구】

秋天: 가을 하늘. 一片月: 조각달, 한 조각의 달. 影: 그림자. 入: 들어가다, 들어오다. 千江: 천 리 강, 멀리 흐르는 강. 流: 흐르다.// 願: 원하노니. 棄: 버리다. 人間事: 인간사, 인간 세상. 사람이 살아가는 일. 超然: 초연히, 그러함을 넘어서. 臥: 눕다. 小舟: 작은 배. 황진이는 [小栢舟]로 했음.

초연히 작은 배에 누우려 한다네(三灘偶吟)로 제목을 붙여본 칠언절구다. 작가는 함계(涵溪) 정석달(鄭碩達'1660∼1720)이다. 조선 후기 때 생원이 돼 현감을 지냈으며, 정언을 거쳐 사서'수찬'교리를 역임했다. 위 한시 원문을 번역하면 '가을 하늘에 한 조각달이/ 그림자는 천 리 강으로 흘러들어가네// 원하노니 인간사 다 버리고/ 초연히 작은 배에 누우려 한다네'라는 시상이다.

위 시제는 '세 갈래 여울을 보고 우연히 읊음'으로 번역된다. 세 갈래 물이 합수되는 곳에서 마음이 흡족했던 모양이다. 그것이 어디인지는 알 수 없지만 큰 강을 끼는 곳이면 어디든지 지류가 있어 물은 만나게 되고 필연적으로 바다로 향하게 되어 있다.

시인은 아름다운 자연에 취해 있다. 가을 하늘이 맑게도 보이더니 한 조각 초승달이 둥그렇게 떠올랐다. 아마 그 달은 황진이가 읊었던 반달이었을지도 모른다. 생각하기 나름이겠지만 토끼가 반쯤 이상은 먹지나 않았을까? 여자들이 머리에 꽂는 비녀는 아니었을까? 그 맑은 가을 하늘에 천 리쯤 흐르는 강줄기는 흘러간다고 음영하고 있다.

화자는 번뇌스러운 인간사를 다 버리고 초연히 이 가을 하늘을 보고 싶다고 했다. 때 묻지 않고 이 좋은 계절에 자연과 함께 살고 싶어함을 떠올리게 한다. 그래서 화자는 세상의 모든 시름을 다 떨쳐버리고 초연히 살고 싶은 강한 충동감에 사로잡혀 있었음을 알게 한다.

함계 정석달(1660∼1720)은 조선 후기에 활동한 경상북도 영천 지역 출신의 문인이다. 정석달의 부친은 전주영장 정시심이며, 모친은 야성 송씨로 송시철의 딸이다. 정석달은 갈암 이현일의 문하에 종유하여 깊은 학문을 이뤘으나 벼슬에 나아가지 않았다.

그는 정시연의 지도를 받으면서 일생 동안 여러 성현의 서적을 섭렵하면서 지냈다. 그는 '소학' '가례' '중용'과 '논어' 등을 더욱 탐독하며 사문의 흥기를 자기의 소임으로 삼았고, 정만양, 정규양, 이형상과 학문을 토론하며 일생을 보냈다. 집의로서 백관들의 안일함을 논핵하여 큰 영향을 끼친 것으로 알려지며 임진왜란 때 활약한 명나라 군대를 위한 설단치제(設壇致祭)를 건의했다.

정석달은 주자의 가례에 대해 의심나는 것을 풀이한 '가례혹문'(家禮或問)을 지었으며, 목판본인 5권 3책의 '함계집'(涵溪集)이 있다. 대산(大山) 이상정(李象靖)이 '함계집'의 서문을 썼다.

장희구(한국한문교육연구원 이사장'시조시인'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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