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대문 시장 쌓여진 택배 물건 사이
일회용 면도기로 영감님 면도를 하네
비누도 없이 이슬비 맞으며
잇몸 쪽에 힘을 주며
얼굴에 길을 만드네
오토바이 백미러가 환해지도록
리어카의 물건들
비 젖어 기다리네
영감님 꽃미남 될 때까지
가로수는 누가 볼까 팔을 벌리고
사람들은 우산 쓰고 찰박찰박 걸어가는데
불탄 남대문 오랜만에 크게 웃고
시집 『환생』 실천문학사, 2013년
시의 구성은 연과 행을 나누어 운율을 살렸지만 다 읽고 나면 한편의 이야기를 듣는 것과 같다. 영감은 택배기사다. 늙은 나이에 택배기사라니 그의 지나온 삶도 그리 녹록한 것은 아니었다. 이슬비 내리는 날 영감은 거리에서 비를 맞으며 면도를 한다. 너무 바빠서 면도할 여유가 없었다. 마침 이슬비가 내려 수염도 촉촉하게 젖었으니 면도하기에 좋은 기회다. 오토바이 백미러를 거울삼아 수염을 밀고 있다. 이 기이한 풍경을 가로수는 남이 볼세라 팔을 벌려 막아주고 남대문은 이 광경을 보고 크게 웃는다.
이슬비는 대지를 적셔서 만물을 생동하게 한다거나 실연한 사람이 우산 없이 걸을 때 그 슬픔을 더해주는 소재로 흔히 사용되었다. 이슬비가 면도하는 데 사용된다는 것을 처음 발견한 이가 강형철 시인이다. 시인은 새로운 것을 발견하는 자이며 택배기사 영감의 친구이기도 하다.
시인 kweon51@cho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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