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 방사성폐기물처분시설(이하 방폐장) 건설 공사 과정에서 뇌물을 주고받은 공기업 간부와 건설사, 하도급업체 관계자들이 무더기로 적발됐다.
경북경찰청 광역수사대는 20일 경주 방폐장 건설과정에서 시공사 및 하도급 업체 관계자로부터 뇌물을 받은 혐의로 한국원자력환경공단 현장 최고 책임자 이모(59) 씨와 대우건설 현장소장 전모(56) 씨 등 2명을 구속했다. 또 현장소장으로부터 뇌물을 받은 혐의로 한국원자력공단 전 이사장 민모(64) 씨와 본부장급 임원 2명, 선거자금 명목으로 돈을 받은 백상승 전 경주시장 등 17명을 불구속입건했다.
경찰 수사로 드러난 경주 방폐장 건설 공사는 하도급업체와 대형 건설사, 공기업 간부들이 얽혀 수억원대의 뇌물을 주고받은 비리 복마전이었다. 하도급업체는 시공사에 뇌물을 건넸고, 이 뇌물은 공기업 최고 간부들에게로 이어졌다.
한국원자력환경공단 월성센터장으로 근무하던 이모 씨는 2010년 9월부터 지난해 10월까지 대우건설 현장소장인 전 씨에게 설계변경을 통해 공사비를 늘려주는 대가로 6천900만원을 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실제 방폐장 건설 공사는 착공 후 5차례나 설계 변경이 이뤄지며 공사비가 2천584억원에서 6천80억원으로 2배 넘게 불어났다.
대우건설 현장소장 전 씨와 부소장인 정모(51) 씨는 하도급업체 6곳으로부터 5억2천500만원가량을 받아 이 중 1억2천500만원을 발주처인 한국원자력환경공단 간부들에게 건넸다.
하도급업체로부터 금품을 받아내는 수법도 다양했다. 명절 떡값이나 월정금, 사례비 등을 요구했고, 법인카드로 식대를 계산한 것처럼 카드깡(허위 매출)을 하는 수법으로 법인 자금 5천830만원을 횡령하기도 했다. 하도급업체 7곳이 3년간 건넨 뇌물은 5억4천500만원에 달했다.
뇌물 커넥션은 한국원자력환경공단 최고위층까지 이어졌다. 전 이사장 민 씨는 2010년 5월 현장소장 전 씨로부터 1천만원을 받아 3선에 도전하던 백상승 전 경주시장에게 선거운동 자금 명목으로 건넸다. 전 건설본부장 정모(61) 씨와 홍모(59) 씨도 계약 변경 사례금으로 수차례에 걸쳐 각각 1천100만원을 받고 향응을 접대받기도 했다.
경북경찰청 관계자는 "공기업 간부들이 시공사 임원들로부터 유흥업소에서 향응을 제공받고 자신들의 술값을 대신 내게 하거나 골프 접대 등을 받기도 하는 등 도덕 불감증이 심각했다"고 말했다.
한편 경주 방폐장 공사는 총 공사비 6천80억원이 투입됐으며 오는 6월 완공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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