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때 집에서 키우던 돼지를 유심히 관찰해 보노라면 재미있는 습성을 알 수 있었다. 돼지는 우리 안에 제 한 마리밖에 없는데도 꼭 먹이통에 앞발을 담그고 먹는다. 먹이를 먹으면서도 끊임없이 눈알을 돌린다. 누가 먹이를 뺏어 먹을까 봐 경계를 하는 것이었다. 새끼들이 어미젖을 빨아 먹을 때도 그랬다. 젖꼭지가 여러 개라 아무거나 빨면 되는데도 꼭 다른 놈이 빨던 젖꼭지를 뺏으려고 쟁탈전을 벌인다.
본능에 충실한 돼지를 보면 가히 욕심의 화신(化身)이라 할 만했다. 마치 욕심 DNA로 똘똘 뭉쳐진 존재 같았다. 그러나 돼지의 탐욕은 나름 정당성을 가지고 있었다. 욕심을 부려 많이 먹는 대신에 질 좋은 고기를 제공하는 것이다. '호랑이는 죽어서 가죽을 남긴다'지만 돼지는 죽어서 삼겹살을 남기지 않던가. 배에 비계를 축적하기 위해서 그렇게 기를 쓰고 먹어댄 것이라는 걸 생각하면 한편으로는 측은지심까지 느껴질 지경이다.
돼지와 비슷하게 사는 사람들이 있다. 집에 먹을 것이 썩어 자빠져도 나눠 먹을 줄 모르고, 남이야 죽든 말든 어디다 쓸지도 모를 재물을 죽어라 꾸역꾸역 그러모은다. 그렇게 채운 배에 치렁치렁 명품으로 치장을 하고는 부를 뽐내고 다닌다. 그러면서 그들은 더 큰 욕심을 꿈꿀 것이다. 그래서 과연 행복해질까? 채워도, 채워도 채워지지 않는 것이 인간의 탐욕이라고 한다. 욕망이란 본디 끝이 없는 것이다.
필자는 경제적으로 가장 어렵던 시절에 한 단체를 알아 생전 처음 단돈 1만원으로 기부란 걸 하게 되었다. 놀라운 것은 그때부터 긍정적 사고를 가지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매사 좋게 생각하면서부터 일도 풀리기 시작했다. 따지고 보면 남을 돕는 것이 바로 나를 돕는 일이 되고 말았던 것이다. 그 일을 계기로 아이들에게도 기부의 중요성을 가르치고 소득의 일정액을 기부할 것을 권유하고 있다.
현대인들은 못 먹어서보다는 너무 먹어서 탈이 나는 경우가 더 많다고 한다. 필요 이상의 영양 섭취는 오히려 독이 되는 것이다. 재물도 마찬가지다. 재산이 많아서 형제 간 우애가 금이 가고, 부모 자식 간에도 원수가 된 콩가루 집안이 주변에 부지기수 아니던가. 물욕(物慾)에도 중용(中庸)의 도가 필요하다. 부(富)란 자식에게 물려준다고 자자손손으로 이어지는 것도 아니다. 한 시대에 태어나 살면서 같이 잘 살다 가면 좀 좋은 일인가? 무엇보다도 사람으로 태어나서 돼지처럼 살아서야 되겠는가.
장삼철/(주)삼건물류 대표 jsc1037@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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