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농협대학 교수 된 前 고검장…소병철 전 대구고검장 '제2인생' 화제

검찰총장 후보에 두 번이나 올랐던 전직 검찰 최고위 간부가 돌연 농업지도자 양성을 위한 교육현장에 뛰어들어 눈길을 끌고 있다.

주인공은 바로 대구고등검찰청 검사장을 지내 대구경북민에게도 친숙한 소병철(56'사진) 전 고검장. 그는 2011년 8월부터 지난해 4월까지 대구고검장을 지낸 뒤 법무연수원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이후 유력한 검찰총장 후보로 거론됐지만 인연이 닿지 않았고 지난해 12월 30년간의 검찰 생활을 정리했다.

검찰을 떠나자마자 검찰 최고위 간부 출신을 영입하려는 대형 로펌과 대학들의 러브콜이 쏟아졌다. 그러나 숱한 구애를 다 뿌리친 그가 선택한 곳은 다름 아닌 농협대학.

소 고검장은 "대형 로펌에는 가면 안 될 것 같았다. 고액 연봉 등 국민 정서와 맞지 않고 위화감을 줄 수 있을 것 같아서다"며 "로펌의 제의를 거절하는 일이 미안하고 힘들어 겸사겸사 한 달간 도피성 해외여행을 떠났다. 이달 입국해 석좌교수를 제안한 서울지역 로스쿨 등 대학 3곳 중 농협대학을 선택하게 됐다"고 했다.

소 전 고검장은 다음 달부터 농협대학에서 석좌교수로 근무하며 대학생과 마을지도자 등을 대상으로 농업 현장에서 적용할 수 있는 법률 실무 및 이론을 교육한다. 농협대학엔 법학과가 따로 없기 때문에 거래 관계에서의 자기 권리 보호, 계약 관념, 법적 책임감, 윤리 의식 등을 가르칠 계획이다.

소 전 고검장은 농협대 교수에 앞서 농협과 인연을 맺은 적이 있다. 몇 년 전 경기도 안성에 있는 농협연수원에서 경매'중개인 수백 명을 대상으로 특강을 했다. 그때 반응이 아주 좋아 계속 특강 요청이 들어왔지만 시간 내기가 어려워 더 이상 하지 못했다. 또 지난 2009년 대검찰청 형사부장 재직 당시엔 법원에서 집행유예를 선고받은 범법자들의 사회봉사명령 활동을 일손이 부족한 농촌에서도 할 수 있도록 물꼬를 텄고, 지금은 이 조치가 활성화돼 있다.

그는 다음 달 초 고대하던 대구 방문을 앞두고 있다. 우동기 대구시교육감의 교육청 특강 제의를 받고 흔쾌히 내려오기로 했다.

전남 순천 출신인 소 전 고검장은 대구와 아무런 연고가 없지만 재직 당시나 지금이나 대구 사랑은 여전하다. 대구고검장 시절 대구를 제2의 고향이라고 선언하고, 어디를 가든 대구경북의 발전을 위해서라면 앞장섰으며 퇴직 후엔 대구경북을 위해 봉사할 구체적인 계획도 세워놨다고 공언하기도 했다.

또 경북대에서 명예법학박사 학위를 받고, 대구경북 주요 기관'단체장들의 모임인 대경발전협의회에서 감사패를 받기도 했다. 현직에 있으면서 감사패를 받은 첫 검사장이었다.

그는 "농협대학에서 교수 생활을 하기로 했다는 소식에 깜짝 놀란 후배들이 연락해선 '완전 엉뚱한 선택'이라고 한다"며 "그러나 대구에 있을 때도 출소자 후원 활성화에 노력을 아끼지 않는 등 봉사하고 기여할 수 있는 것이 뭘까 현직에 있을 때부터 많이 고민했다. 이번 선택도 그 연장 선상"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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