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이종화 북구청장의 '이상한 행보'

임기 3개월 남기고 사퇴 "7월 국회의원 보선 준비"…공약 이행률 45% 낙제점

3선인 이종화 대구 북구청장이 임기를 3개월 앞두고 31일 퇴임한다고 밝혔다. 7월 30일 실시될지도 모를 국회의원 보궐선거에 출마하기 위해서다. 지역민들은 이 청장의 이 같은 결정에 고개를 내젓는다. 왜 그럴까? 이 구청장의 구정 성적표를 보면 그 답을 짐작할 수 있다.

이 구청장이 2010년 6월 지방선거 때 내세운 33개 공약 중 완료한 것은 25일 기준으로 45%인 15개뿐이다. 13개는 추진 중이나 그 중 7개는 진행률이 50% 미만이다. 5개 공약은 시작도 못 했다. 북구는 지난해 한국 매니페스토실천본부의 공약이행 평가에서 대구 8개 구'군 중 최하위인 낙제점을 받았다. 지난해 6월 한 달간 본지와 대구경북학회가 31개 대구경북 기초단체의 8개 분야별 정책을 평가한 주민행복 리더십 결과(본지 2013년 7월 8일 자 1면)에서도 북구는 5점 만점에 2.92를 받아 대구 8개 구'군 중 최하위를 기록했다.

북구는 지난해 국민권익위의 공공기관 청렴도 평가서도 서구와 함께 최하위 등급인 5등급을 받아 전국 65개 구청 중 59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이 구청장은 25일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 "이달 31일 퇴임식을 하고 10년 동안의 구정 활동을 마치려 한다"고 했다.

그는 이번 지방선거에서 더는 구청장 자리에 도전할 수 없게 되자, 임기를 채우지 않고 7월 30일 치를지도 모를 국회의원 보궐선거에 나가겠다고 밝혔다.

이 구청장이 임기를 남겨둔 상태에서 사퇴를 결심한 데는 이번 지방선거에서 대구시장 후보로 나온 서상기(북구을) 국회의원이 새누리당 후보로 본선에 진출하면 국회의원 자리가 비어서다. 이 구청장이 7월 30일로 예정된 보궐선거에 나오려면 120일 전인 4월 1일까지 사퇴를 해야 한다. 사퇴시한 하루 전인 이달 말 퇴임식을 여는 것도 이 때문이다.

북구청은 새로운 구청장을 뽑기까지 행정 공백이 불가피하게 됐다. 이달 4일 취임한 부구청장은 업무파악도 제대로 하지 못한 상태다. 구청 직원들은 구청장의 갑작스런 사퇴 표명에 퇴임식 행사 준비를 하느라 바빠졌다.

이 구청장의 행보에 북구 주민들은 "구정은 안중에도 없고 정치적 야욕만을 채우려 한 무책임한 행동"이라고 비난하고 있다. 한 북구 주민은 "비록 보궐선거로 구청장이 됐지만 3선까지 힘을 모아준 주민들을 내팽개치고 자기 혼자 잘되겠다고 임기 3개월을 남겨놓고 작별인사를 하는 것에 분노를 느낀다. 구청장을 10년간 했는데 북구와 대구를 위해 어떤 역할을 했는지 모르겠다 "고 꼬집었다.

이 구청장은 이전부터 "구정을 포기한 것이 아니냐"는 비판을 받아왔다. 이 구청장은 북구의 최대 현안인 경북도청 이전 부지 활용 방안과 관련 아무런 계획도 내놓지 못했다. 심지어 이달 15일 열린 도청 이전 터 주변 마을 만들기 계획 발표회에도 얼굴을 보이지 않았다. 지난달 13일 열린 안경산업토탈비즈니스센터 기공식과 다음 날 있었던 북구의회 임시회에도 부구청장을 보내 주위의 원성을 샀다.

서변동의 석모(66) 씨는 "(구청장)선거 때 입에 침이 마르도록 활기찬 북구를 건설하겠다고 해놓고는 제대로 이룬 것도 없는 이 구청장이 이번에는 금배지를 달겠다고 청장 자리를 내팽개치니 한숨만 나온다"고 했다.

이종화 북구청장은 "선거 바람이 부는 4, 5월이 되면 자치단체장은 선거 중립의무 때문에 구정 활동이 제한되기에 어차피 '식물 구청장'으로 남을 수밖에 없다"며 "오래전부터 행정 실무는 부구청장과 각 국장 등에게 맡겨 와 구청장 자리가 빈다고 해도 행정 공백은 크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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