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를 요동치게 한 광우병', '전국에 퍼진 조류인플루엔자(AI)' 동물의 질병이 사람의 목숨까지 위협하고 있다. '환경의 중요성을 깨닫게 해주는 신의 경고'라는 생각이 든다. 이런 사태는 일단 발생했다 하면 치명적이다.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은 철저한 예방대책뿐이다. 수의사 이숙이(46) 씨는 재래식 축사환경을 해썹(HACCP'위해요소중점관리) 인증을 받을 수 있도록 농장설계와 운영을 지도해주는 전문가다.
◆현대식 축사로 탈바꿈시키는 해결사
"정말 이런 곳에서 소를 키우고 있다니. 처음 본 순간 화가 날 정도로 환경이 열악했던 축사가 어느 날 호텔급(?)으로 확 변했다면 기분이 어떻겠습니까?"
대구 수성구 지산동에 사무실을 둔 해썹코리아 대표 이숙이(46) 씨. 여자 수의사로서는 전국 유일의 농장 해썹 컨설턴트다. 그의 일터는 가축들의 배설물이 질퍽한 낡고 형편없는 가축 농장이다. 남자들도 접근하길 꺼리지만 그는 문제투성이의 현장을 현대식 농장으로 탈바꿈시키는 해결사다.
이 수의사는 경북대학교 수의과대학을 졸업, 동물병원에서 4년간 임상수의사로 일했다. 결혼 후 남편과 미국으로 유학을 떠나 일리노이대학에서 연구원으로 근무했다. 그때의 경험을 바탕으로 새로운 분야에 눈을 떴다. 미국 여자 수의사와 축사 현장에서 일하면서 '한국에 돌아가면 꼭 내 특기를 살려 일을 하겠다'고 다짐했다. 귀국 후 도축장 책임수의사, 식육포장처리업, 식육판매업 해썹 컨설팅을 하면서 중간단계인 제조'유통 과정의 축산물 안전관리에 문제점이 있다는 것을 느꼈다. 2008년 농장 HACCP 전문과정 교육을 이수한 후 '해썹 코리아'를 설립했다. 이 수의사는 "가축의 질병은 축사의 환경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고 분석한다. 그는"축사에 들끓는 파리요? 없애는 간단한 방법이 있다"고 단언한다. 하지만 "대부분 농장에서 잘 모르는 것이 문제점"이라고 말한다. 그는 가축 농장의 환경개선을 위해 노력하는 해썹 컨설팅 전문가다.
◆농장 해썹 컨설팅이 뭡니까?
"지금은 많이 알려졌지만,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축산농가를 대상으로 해썹의 필요성을 교육할 때 '해썹'이 도대체 뭔가? 라는 것이 단골 질문이었습니다."
해썹(HACCP) 제도는 식품을 만드는 과정에서 생물학적, 화학적, 물리적 위해 요인들이 발생할 수 있는 상황을 과학적으로 분석하고 사전에 위해 요인의 발생 여건들을 차단해 소비자에게 안전하고 깨끗한 제품을 공급하기 위한 시스템적인 규정을 말한다. 전 세계적으로 가장 효과적이고 효율적인 식품 안전 관리 체계로 인정받고 있으며, 미국, 일본, 유럽연합, 국제기구(Codex, WHO, FAO) 등에서도 모든 식품에 해썹을 적용할 것을 적극적으로 권장하고 있다. 이 수의사는 "해썹은 식품에만 적용되는 줄로만 알고 있지만 이젠 가축 등 축산물은 물론 농장도 깨끗한 환경을 위해 해썹 인증을 받아야 최고의 품질로 인정받을 수 있다"고 강조한다.
그는 해썹 컨설팅 전문가이지만, 농협에서 농장주들을 대상으로 축산문제에 대해 특강을 해주는 인기강사로 맹활약하고 있다. 이 수의사는 농장 해썹 인증 지도는 사전에 농장 대표와 정리정돈'청소'청결 활동을 완수한 후 컨설팅을 진행한다. "준비하는 과정에서는 조금 어렵게 느낄 수 있지만 일단 HACCP 인증을 받은 후에는 이구동성으로 '정말 보람을 느낀다'며 고마워한다"고 강조한다.
◆농장주 의식변화 '나도 CEO'
이 수의사는 "그동안 여러 가지 활동을 통해 제가 얻은 교훈은 농장주의 작은 실천이 모여 국가의 방역 관리체계를 탄탄하게 한다는 것"이라고 강조한다. 실제로 해썹을 인증받은 농장주들은 축산경영에 대한 의식 자체가 확 변한다는 것. "지금까지 단순히 소를 먹여 파는 수준에 불과했다면 해썹지정 농장이 되면 농장주의 마인드가 CEO 마인드로 발전하게 된다"고 말한다.
이 수의사가 컨설팅한 농장은 100% 해썹 기준을 통과해 농장의 환경이 확 변했다. 경산시 남산면 '봉이 농장'(대표 서후열)은 전국 축산인들의 견학 인파가 줄을 잇고 있다. 대부분의 농장은 질병예방을 위해 외부 방문객을 철저하게 차단하는 것과 대조적이다. 농장 앞에 'HACCP 시스템-위해요소중점관리제도 적용농장'이란 팻말을 자랑스럽게 붙여놓고 연중 개방하고 있다. 봉이 농장 서 대표는 "외부인에게 완전히 개방할 자신이 없으면 친환경 농장이라 할 수 없을 것"이라며 "우리 동네 모든 축사가 평소 자체 방역을 철저히 해 광우병 사태 때도 우리 마을은 영향이 없었다"고 단호하게 말한다. 실제로 경산시 남산면 우금리 일대 축사들은 대부분 해썹농장으로 인증받아 모범적인 축사마을로 운영하고 있다. 특히 서 대표는 "이 수의사의 경영지도로 매달 200여만원의 운영비를 절감하고 있다"고 고마워한다. 구미 옥성면 초곡리 '풀마실 체험농장'(대표 엄명호)도 이 수의사의 해썹 컨설팅 작품이다. "처음에는 전형적인 재래식 축사에 불과했지만, 이제는 아름다운 농장으로 지정돼 전국에서 견학 인파가 몰려 올 정도로 멋진 체험농장으로 탈바꿈한 곳"이라고 말한다. 그는 "근본적으로 농장주의 마인드 변화를 바탕으로 농장의 운영 체질을 바꿔야 지속적인 해썹 인증 농장으로 관리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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