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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개혁한다고 '착한 규제'마저 뿌리 뽑아서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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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야심 차게 추진하고 있는 지자체 규제 개혁에 많은 허점이 노출되고 있다. 좋은 제도로 자리 잡은 '착한 규제'나 '필요한 규제'마저 개혁 대상에 포함되면서 논란이 커지고 있는 것이다. 그동안 정부의 규제 개혁이 자칫 규제의 블랙홀이 될 수도 있다는 우려가 없지 않았지만 막상 지자체의 선한 규제마저 잇따라 도마 위에 오르면서 우려가 현실이 되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최근 광역'기초자치단체가 제정해 시행 중인 총 2천여 건의 자치법규를 규제 개선 대상으로 결정했다. 이 가운데 대구시가 조례로 만든 대규모 점포 신규 입점 제한이나 대형마트 영업시간 제한, 의무휴업일 지정, 지역 농가를 우대하는 로컬푸드 제도 등이 폐지 대상에 포함됐다. 지역 중소 유통기업과 소상공인 보호를 목적으로 하거나 지역 농가를 돕는 이런 제도가 불필요한 족쇄라며 개혁의 시퍼런 칼날을 들이대는 것은 하나만 알고 둘은 모르는 소리다.

일례로 로컬푸드(Local Food)는 지역에서 생산된 질 좋은 농산물을 최소한의 유통단계를 거쳐 소비자에게 값싸게 바로 전달하는 제도다. 지역의 한 대형마트가 올 연초 이 제도를 처음 도입해 운영 중인데 가격도 저렴하고 무엇보다 질이 뛰어나 호평을 받고 있다고 한다. 일본에서는 그 지역에서 생산되는 농산물만을 취급하는 가게들이 크게 늘면서 지역 농산물을 안심하고 먹을 수 있고 지역 경제에 파급 효과도 커 활성화되는 추세다.

논란이 커지자 공정위는 연구용역 결과일 뿐 개혁 대상으로 아직 결정된 바 없다고 해명하고 있다. 이 해명을 일단 믿지만 만약 지자체의 좋은 규제들이 추수철 짚단 베내듯 한꺼번에 잘려나간다면 분명히 큰 문제다. 좋은 제도마저 '규제'라는 낙인을 찍고 법적 근거나 정책 목표가 분명한 지자체 조례까지 걸고넘어지는 것은 개혁의 최면에 걸려 옥석을 제대로 구분하지 못한 결과임을 알아야 한다.

정부는 먼저 지자체의 각종 규제가 무분별한 규제인지 차별화된 선진 제도인지 면밀히 검토하길 바란다. 개혁한답시고 선무당 사람 잡듯 했다가는 외레 규제 혁신의 좋은 취지마저 퇴색시킬 수 있는 만큼 신중을 기하기를 거듭 당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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