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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춘추] 봄은 카카오톡을 타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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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카오톡에 봄이 당도해 있었다. 전국에서 지인들이 스마트폰으로 올린 봄 소식 덕분이다. 몸이 편해진 것은 사실이지만 운치는 덜하다. 떠나지 않아도 전국을 누빌 수 있다. 복제본보다 원본이 값지다는 것은 백배 지당한 말이지만 카카오톡의 사진으로 잠시나마 꽃 감상에 젖어본다.

오랫동안 비어 있던 지인의 카카오톡 창에도 매화가 피었다. 봄은 얼음처럼 차가운 사람의 감성마저 움직이게 한다. 가슴이 환해지도록 반갑다. 화면을 확대해서 보고 또 본다. 사진을 공유하면서 안부를 전하는 것도 꽃의 힘이다.

옛 화가들은 매화를 아꼈다. 한겨울에 매화를 찾아 나서는 고사(故事)를 그린 '탐매도'를 감상하거나 매화 그림을 한 점씩 남길 정도로 매화는 선비들의 벗이었다. 최고의 '매화 마니아' 우봉 조희룡(1789~1866)의 그림을 비롯한 수많은 매화 그림 중에서도 특히 오원 장승업(1843~97)의 '홍백매도'(紅白梅圖)는 군더더기 없는 나무둥치와 만개한 꽃이 장관이다.

노비 신분으로 양반댁의 눈에 띄어 스타 화가가 된 장승업은 기행(奇行)으로 점철된 불우한 삶을 살았다. 타고난 재능에 비해 학문적인 바탕이 없었던 탓에 천재적인 운명을 결코 받아들이지 못했다. 비록 일자무식이었지만 인물, 산수, 화훼(花卉), 기명절지(器皿折枝) 등 다양한 화제에 능통했고, 후배 화가들에게 큰 영향을 끼치며, 조선시대 말기를 풍요롭게 장식했다.

'홍백매도'는 10폭 병풍에 그려진 시원시원한 그림이다. 세월이 켜켜이 쌓인 듯한 큰 매화나무 두 그루가 장엄하다. 꿈틀거리는 듯한 나무의 기세에 힘이 넘친다. 봄을 알리는 전령사로서 손색이 없다.

이른 봄, 철 늦은 눈발이라도 날리면, 깊어진 고요 속에 매화 피는 소리가 천둥처럼 부푼다. 시적인 풍류가 저절로 일어나는, 표정이 풍부한 나무둥치는 그대로 시가 된다. 바람이 부는 날은 가지마다 장삼처럼 바람을 걸치고, 비 오는 날이면 가지를 뻗어 제 몸을 키운다. 여름에는 서늘한 그늘을 드리우고, 겨울에는 안으로 꽃망울을 준비하며, 신산한 인고의 시간을 견딘다. 봄의 매화는 그 찬란한 결실이다.

화가의 붓놀림이 기운차다. 먹빛 나무둥치가 폭포수처럼 우렁차게 뻗었다. 농담(濃淡)이 분명한 나무는 긴장과 풀림을 반복하며, 분위기를 자유자재로 조율한다. 실타래처럼 엉킨 가지 사이로 붉은 매화가 앙증맞고, 흰 매화가 넘치는 팝콘처럼 가득 맺혀 있다. 화려하면서도 장엄하다. 문득 굴곡진 생을 산 장승업의 웃음 같아 가슴이 짠해진다.

카카오톡 너머로 꽃잎이 지고 있다. 머지않아 푸르고 깊은 녹색의 향연이 펼쳐질 것이다. 장승업의 매화 그림에 만개한 봄은 예전 그대로지만, 이제 꽃 진 자리마다 피어나는 연초록의 함성이 SNS로 초고속 질주를 하리라. 그렇게 봄날은 간다.

김남희 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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