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수행하듯 느리게 긋는 선…구영모 '선의 사유전'

30일까지

구영모 작
구영모 작

구영모(추계예술대 교수) 초대전 '선의 사유'가 30일까지 아트스페이스펄에서 열린다.

구 작가는 하얀색 또는 검은색, 파란색 등 단색의 면으로 회화의 순수성에 질문을 던지는 작업을 해오고 있다. 회화의 순수성에 대한 그의 집요한 질문의 종착점은 '미의 본질, 회화의 핵심'이다. 그가 순수 관념을 상기시키는 최소한의 회화적 장치를 통해 추구하는 것은 아이러니하게도 '색 너머의 색, 회화 너머의 회화' 즉 순수회화이기 때문이다.

그동안 색의 면으로 회화적 성찰을 시도했던 구 작가는 이번 전시에서는 선에 집중한다. 선은 그림을 그리는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다. 선은 그 자체만으로 다양한 변화와 감정을 담고 있다. 마치 수행을 하듯 느리게 긋는 선은 캔버스 안에서 화면과 자신의 관계를 연결하는 기준점이 된다. 작가는 반복적 선을 긋는 행위를 통해 미묘한 감정의 변화를 체험하게 되고 이는 회화적 성찰로 이어진다.

구 작가의 선이 정적인 동시에 동적인 느낌을 주는 것은 반복적으로 되풀이되는 선의 속성에 내재된 차이를 조절하는 작가의 회화적 균형감 때문이다. 그는 단순한 선의 반복이 아니라 긍정과 부정 그리고 약함과 강함, 이전과 이후를 연결하는 행위를 통해 회화적 운율을 연출한다.

이번에 선보이는 '선의 사유'는 캔버스의 질감, 물감의 물성 그리고 작가의 행위가 만나 서로 공명하는 하나의 장소다. 각각의 존재와 존재가 만나는 순간 이루어지는 공명의 장은 색을 통해 절대적 회화를 추구했던 것과 다르지만 같고, 같지만 다른 차이를 만들어낸다. 선은 면으로 스며들며 자신의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신작은 회화의 가장 기본적인 요소인 선을 통해 회화적 조건의 최소한과 최대한의 경계를 보여주고 있는 셈이다. 053)651-69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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