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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고부] 세월호의 하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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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영국의 한 경매에서 바이올린이 90만 파운드(약 15억 원)에 낙찰돼 화제를 모았다. 월리스 하틀리의 소유로 소위 '타이타닉 바이올린'으로 알려진 악기다. 하틀리는 1912년 처음 출항했다 침몰한 타이타닉호 선상 악단의 리더였다. 사고 당시 그는 동요하는 승객을 안심시키려고 침몰 순간까지 3시간 동안 악단을 지휘한 것으로 알려진 인물이다. 영화 '타이타닉'에도 찬송가 '내 주를 가까이 하려 함은'을 계속 연주하는 가슴 뭉클한 장면이 나온다.

악기에는 '월리스에게, 우리 약혼을 기념하며. 마리아'라고 쓴 문구가 새겨져 있다. 약혼녀 마리아 로빈슨의 선물인 이 바이올린은 배와 함께 최후를 같이한 하틀리의 허리춤에 달렸던 가죽상자에서 발견됐다. 사고 수습 후 로빈슨이 보관해 오다 자선단체를 통해 경매에 나온 이 바이올린이 최초 입찰가 50파운드에서 1만 4천 배나 뛴 거액에 낙찰된 것은 명기(名器)로서의 가치가 아니다. 재난 상황에서도 남을 먼저 생각하고 기꺼이 자신을 희생한 의인에 대한 존경의 뜻이다.

흔히 번제(燔祭)로 번역되는 히브리어 '올라'는 온전히 신에게 올려바친다는 의미다. 송아지나 양, 염소를 제물로 모두 태워 신에게 속량(贖良)과 대속(代贖)한다는 뜻이다. 희생하다는 뜻의 영어 '새크러파이스'(Sacrifice)도 처음에는 희생물을 신에게 바친다는 의미로 쓰였다. sacra(신성한)과 fac(수행하다)가 결합된 단어로 제사장이 희생물을 신에게 바치는 성스러운 제의를 이르는 용어다. 서구 사회에서 '새크러파이스'가 남을 위해 자신을 포기한다는 뜻으로 널리 쓰이게 된 것은 16세기 이후라고 한다.

어제 진도 앞바다에서 침몰한 여객선 '세월호' 참사에서 끝까지 남아 많은 승객을 안전하게 대피시킨 승무원의 사연이 감동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그 중 박지영 씨는 구명조끼도 입지 않은 채 승객들을 안전하게 이끄는 등 최후까지 임무를 수행하다 변을 당해 안타까움을 더하고 있다.

공자는 '뜻이 높은 선비와 어진 사람은 목숨을 위해 인을 저버리지 않으며 스스로 죽어 인을 이룬다'(志士仁人 無求生以害仁 有殺身以成仁)고 가르쳤다. 논어 위령공편에 나오는 고사성어로 '살신성인'의 유래다. 가장 먼저 구명정에 오른 꼴불견 선장도 있지만 승객을 구하기 위해 기꺼이 목숨을 던진 세월호 승무원들이야말로 진정 뜻이 높고 어진 사람들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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