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한 손이라도 거들자" 진도로 달려간 대구 시민들

20일 오후 황종현, 이진욱, 유재일, 박기웅(왼쪽부터) 씨가 진도군 실내체육관 서편에서 쓰레기 분리수거를 하고 있다. 홍준표 기자
20일 오후 황종현, 이진욱, 유재일, 박기웅(왼쪽부터) 씨가 진도군 실내체육관 서편에서 쓰레기 분리수거를 하고 있다. 홍준표 기자

"끔찍한 소식을 듣고서 가만히 있을 수만은 없었습니다. 뭐라도 돕고 싶었어요."

진도 여객선 침몰 참사 소식에 대구 사나이 4인방이 진도로 달려가 자원봉사에 손을 보탰다.

재취업을 준비 중인 유재일(29) 씨와 올해 대학을 졸업한 이진욱(27) 씨, 갓 전역한 경북대 영문과 휴학생 박기웅(23) 씨, 대구시교육청 공무원 황종현(21) 씨는 인터넷을 통해 뭉쳤다.

전역한 날 사고 소식을 들은 박 씨는 피해 가족을 도울 방법을 찾다 인터넷 카페에서 '진도에서 자원봉사활동을 함께할 사람을 모은다'는 글을 보고 나머지 3명과 댓글로 연락을 주고받은 뒤 18일 오후 3시 30분 수성구 만촌동 대형마트에서 모인 뒤 진도로 향했다.

실종자 가족들에게 전할 손난로 등 물건을 싣고 도착한 진도 실내체육관은 아수라장이었다. 준비해온 물품 접수를 마친 4명은 그때부터 19일 새벽까지 체육관에서 실종자 가족과 취재진, 소방요원, 경찰관들에게 물품을 나눠주는 일을 했다. 차로 5시간을 달려온 피로감을 느낄 틈도 없이 일에만 열중했다.

19일 오전 이들은 진도군 향토문화회관에서 손을 보탰다. 전국 각지에서 보내온 구호물품을 차에서 내리고 종류별로 분류하는 작업을 도왔다. 황 씨는 "물품 하적 등 힘을 쓰는 일에 몸이 고되기도 했지만, 슬픔을 나누려는 구호물품을 보면서 우리 사회가 따뜻하다고 느껴져 힘이 났다"고 했다.

20일 오전에는 체육관에서 쓰레기 분리수거와 배수로 청소를 했다. 배수로마다 쌓인 담배꽁초를 보면서 다들 얼마나 속이 탔을까 하는 생각에 더러움도 몰랐다. 이 씨는 "온 국민이 두 손 모아 실종자의 생존을 기도하고, 안타까운 일에 슬픔을 함께 나누고 있다. 더 오랫동안 힘을 보태지 못하는 게 미안하고 아쉽다"고 했다.

20일 오후 늦게 진도를 떠나면서 이들은 다시 한 번 기적이 일어나길 기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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