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슬픔 분노…집단 우울증 빠진 대한민국

일주일째 접어든 참사, 국민들 집단 트라우마…전문가들 외출 운동 권해

세월호 침몰 사고 해역을 드나드는 진도 팽목항 부두에서 실종자 가족들이 바다를 바라보며 슬픔에 잠겨있다. 우태욱 기자 woo@msnet.co.kr
세월호 침몰 사고 해역을 드나드는 진도 팽목항 부두에서 실종자 가족들이 바다를 바라보며 슬픔에 잠겨있다. 우태욱 기자 woo@msnet.co.kr

대한민국이 집단적 트라우마(trauma'정신적 외상)에 시달리고 있다.

주부 박모(35'여) 씨는 진도 여객선 침몰 참사 이후 'TV 뉴스특보'에서 눈을 떼지 못한다. 실종자 가족이나 유족들이 슬퍼하고 분노하는 모습을 지켜보면서 자신도 모르게 눈물을 숱하게 흘렸다. 박 씨는 "요즘 집안일을 해도 별로 즐겁지가 않고 가슴이 답답하다"며 "멍하니 TV만 보고 있다"고 했다. 남편으로부터 TV를 보지 말라는 이야기를 들었지만 혹시 생존자가 있을지 궁금해 자꾸 TV를 보게 된다고 했다.

세월호 침몰 참사 발생 일주일째 TV를 통해 참사 관련 소식을 접하고 있는 시민들 가운데 우울감을 호소하는 사람이 늘고 있다. 특히 생존자 구조 소식은 없고 연일 사망자 수만 더해지면서 시민들은 무기력감이나 허탈감, 분노 등을 호소하고 있다.

◆어린이'청소년 TV 참사 뉴스 자제해야

어린이와 청소년은 감수성이 예민하고 또래에 대한 결속력이 성인보다 훨씬 높아 참사 보도에 더욱 스트레스를 받는다. 마음과마음정신과 김성미 원장은 "자신과 아무런 관련이 없는데도 죄책감을 느끼고 자기 느낌에 빠져들면서 무기력과 공허감을 어른보다 더 많이 느낄 수 있다"고 했다. 또 또래끼리 참사와 관련한 문제를 자주 이야기하다 보면 스트레스가 더욱 커질 수 있다. 이 때문에 어른의 개입 없이 또래끼리 이야기하는 것을 피하는 것이 좋다. 일부 아이는 재난 상황을 개인적으로 확대 해석해 자신이나 가족의 안전에 대해 걱정할 수 있으므로 안심시키는 것도 필요하다.

어른들도 TV 보는 시간을 최소화하고 자신의 감정을 주위 사람에게 알리는 것이 바람직하다. TV를 보면서 혼자 생각하고 상상하는 것은 굉장히 위험하다. 따라서 바깥 활동을 하거나 친한 사람들을 만나 기분 전환을 하고 재난 상황에 대해 되도록 생각하지 않도록 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했다.

◆마음 상처 있는 사람, 더욱 힘들어

과거에 정신적인 충격을 받았던 사람들은 이번 참사에 더욱 감정이입이 된다. 예를 들어 과거에 가족이나 가까운 사람을 사고로 잃었거나 스스로 생명에 위협이 될 정도의 충격적인 사건을 경험했던 경우, 평소에 걱정이 많고 우울한 기분이 있었던 경우 등이다. 김 원장은 "TV를 통해 죽음의 과정이나 폐쇄 공간에 갇혀 있는 모습 등 과거 경험을 다시 느끼게 된다"며 "감정적으로 불완전해지고 격해진다"고 지적했다.

대한소아청소년정신의학회 이정섭 이사장은 "눈물이 계속 나거나 잠이 오지 않는 경우, 이전에 즐겨 했던 일들이 더 이상 재미가 없거나 우울 혹은 화나는 감정 반응이 상당히 심한 경우, 또는 죽음에 대한 생각이 드는 증상 등이 2주 이상 지속되는 경우 정신건강 전문가의 도움을 받는 것이 필요하다"고 했다.

◆대응 가이드

대한소아청소년정신의학회는 22일 이번 참사와 관련해 '정신건강 안내문'을 발표했다. 학회는 심리적 안정에 도움이 되는 행동으로 ▷규칙적 일상생활 ▷해야 할 일에 집중 ▷운동'신체활동 ▷믿을 만한 사람과 느낌'생각을 나누는 일 ▷종교적 기도 ▷'고통 또한 정신적 성숙의 과정'이라는 생각 ▷힘든 것을 잘 버텨온 자신에 대한 격려'칭찬 ▷현재 내게 소중한 사람과 가치에 대한 생각 등을 권했다.

반대로 ▷사건 관련 뉴스에 지나친 몰입 ▷불규칙한 생활 ▷하는 일 없이 멍한 상태 ▷과거 잘못한 일 떠올리기 ▷게임'술 등에 의존해 문제를 부정하거나 피하기 등은 마음을 더 괴롭게 하는 부정적 요소로 지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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