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매일춘추] 읽기교육의 중요성

영국의 초등학교에서는 학생들에게 일주일에 한 권씩 지정된 날에 책을 주고 읽어오게 한다. 부모는 아이가 그 책을 다 읽었으면 확인 수첩에 사인을 하고, 다음 책을 받기 위해 읽은 책을 돌려보낸다. 선생님은 아이에게 책을 주기 전에 몇 페이지를 함께 읽으면서 읽기 수준을 지속적으로 확인한다. 학교에 비치된 책에는 수준별로 색깔이나 알파벳으로 스티커가 붙여져 있고, 한 레벨의 책을 다 읽으면 그다음 레벨로 올라간다. 이러한 읽기 훈련은 초등학교를 졸업할 때까지 계속된다. 국어 교육에서 가장 기본적인 영역은 '읽기'와 '쓰기'이다. '읽기'와 '쓰기'는 다같이 중요하지만 초등학교 저학년일수록 읽기 교육이 강조되어야 한다. 아동들이 글자를 처음 배우고 책을 읽기 시작하면서 습득하는 '음운 인식' 능력은 어른이 되어서도 지속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요즘은 '난독증'이라는 말을 과거보다 쉽게 접할 수 있다. '난독증'이란 읽기 이해력이 아니라 읽기에 문제를 보이는 증상인데, 이 증상을 가진 아동이나 성인은 음운 인식 기능에 많은 문제를 보인다. 읽을 수 있으면 당연히 읽은 것을 이해해야 한다고 생각하겠지만 이해는 안 되는데 유창하게 잘 읽는가 하면, 읽기에는 잦은 실수를 하는 데 비해 문장 이해력은 괜찮은 경우도 있다. 이는 읽기유창성과 이해력에 따라 뇌에서 처리 과정이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책을 읽기 위해서는 우선 시각으로 들어온 글자를 뇌에서 소리로 연결시킬 수 있어야 한다. 또한 말로 들리는 소리를 뇌 속에 저장되어 있는 언어 관련 기억과 연결시킬 수 있는 능력도 필요하다. 한글 낱자는 하나하나가 음소를 나타낸다. 그래서 낱자와 낱자가 합쳐질 때 나는 소리의 규칙은 읽기의 기초가 된다.

어릴 때 습득한 음운 인식 능력은 읽기 발달과 평생 읽기 능력에 엄청난 영향력을 발휘한다. 책읽기에 문제가 있을 경우 학교에서는 학생들이 소리 규칙을 학습할 수 있도록 도와줘야 하며, 가정에서는 소리 내어 책을 읽게 하는 것이 좋다. 소리 내어 책을 읽는 것은 비단 아이뿐만 아니라 집중력을 높이고 싶은 청소년과 치매 증상을 보이는 어른에게도 손쉽게 할 수 있는 훌륭한 방법이다. 하지만 아이들에게 한 시간 이상씩 책을 읽혀서 질리게 하면 안 된다. 아이들에게는 소리 내 책을 읽는 것이 고문일 정도로 힘들다. 10분 정도라도 재미있게 가랑비에 옷 젖는 줄 모르게 해야 한다. 이제 너도나도 소리 내 책을 읽음으로써 뇌기능을 향상시키는 한편 세종대왕과 집현전 학자들이 우리의 글자 한글을 만든 이유(사람마다 쉽게 익혀 날마다 씀에 편안하게 하고자 한다)가 실현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

윤은영 한국뇌기능개발센터(구 한국뇌신경훈련센터) 원장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