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상호주의는 '각 나라의 고유한 전통성을 지키고, 그 고유한 재료들을 교류하고 융합함으로써 진정한 가치를 만들어 낼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문화 상호주의를 혼합한 연극과 공연예술이 세계인들을 사로잡고 있다.
이윤택 연출가는 우리의 남도소리와 스페인 문화의 플라멩코를 섞은 로르카 작 '피의 결혼'을 생산해 냈다. 이 작품은 중남미 세계연극축제인 '이베로 아메리카노 국제연극제'에 공식 초청됐다. 우리 것과 스페인 문화를 섞은 문화 상호주의 연극으로 첫 공연에서 3천500명이 넘는 관객이 관람했고, 전원 기립박수로 이어졌다. 각기 다른 나라의 문화 정서가 아름답게 섞여 큰 감동을 줬다.
최근 공연예술에서는 문화 상호주의는 살아 움직이는데, 우리 사회에서는 다문화 정신은 없다고 말한다. 무슨 말일까? 여성가족부 통계자료(2013년)에 따르면 국내 다문화가족(결혼이민자 및 귀화자 등)은 75만 명 안팎으로 추산되고 있다. 2020년에는 100만 명에 육박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대구경북지역에도 어림잡아 2만 명이나 된다. 하지만 아직도 다문화를 흡수하는 속도는 더디고 느리다. 다문화 인구는 증가하는데 융합과 흡수가 안 된다는 지적이다. 여전히 그들을 색안경을 끼고 바라본다.
외국인 근로자를 비롯해 국내에 정착해 결혼한 외국인들은 주로 3D(Dirty, Difficult, Dangerous) 업종에 종사하고 있다. 돈벌이가 목적이지만 일상생활에서 겪는 차가운 시선들 때문에 고달프고 서럽다. 농'어촌으로 시집 온 며느리들은 문화'언어 불통으로 고민이 심하다. 다문화가정에서 자란 아이들의 왕따 이야기도 다큐멘터리 단골소재로 심심찮게 들려온다. 미흡하고 보완해야 할 것이 많다.
세계 연극계는 문화 상호주의라는 새로운 공연미학이 물결 치고 있다. 1960년대 후반의 일이다. 세계의 연극학자와 연출가들은 변화하는 연극소비 패턴을 체감했다. 새로운 형식의 연극이 절실했다. 동'서양 재료들로 눈을 돌렸다. 세계를 돌며 좋은 재료들을 발굴해 다양한 공연예술에 융합했다. 새로운 공연예술을 만들어냈고, 세계 관객은 환호했다.
세계 연극의 거장 피터 부룩은 각 나라의 원천문화를 존중하면서 독특한 해석과 융합으로 세계와 소통할 수 있는 연극을 만들고 있다. 미국, 유럽, 아시아 등에서 날아온 이들은 각 나라의 고유한 전통성을 바탕으로 국제적인 연극을 생산해 내고 있다.
이 분야의 세계적인 극단도 있다. '태양의 서커스'. 그들이 펼쳐내는 이야기 지도는 세계를 그대로 옮겨 놓았다. 그 섞임이 펼쳐내는 이야기와 서커스는 아름다움을 넘어 세계인들에게 기립박수를 받고 있다. 잘 섞이니 환호한다. 경제적 가치도 크다. 우리도 1970년대부터 문화상호적 작업이 시도됐다. 2000년대 후반부터는 수많은 국내 연극 연출가들이 문화상호적 연극을 통해 세계무대에서 값진 평가를 받고 있다. 잘 섞이니 세계와 소통된다.
대구의 문화예술 뿌리는 깊다. 한국전쟁을 치르면서도 국립극단이 대구로 내려와 자리를 잡으면서 다양한 연극을 공연했다. 당시에는 문화의 수도가 바로 대구였다. 한국 근대연극을 출발시킨 배우이자 연출가인 홍해성은 대구에서 태어났다.
이젠 다문화에 대한 시선이 달라져야 한다. 마음의 문이 열리지 않으면 받아들이기도 쉽지 않다. 우리 것의 소중함만 얘기해서는 세계와 소통될 수 없다. 또 다른 불통만 존재한다. 오히려 상처가 된다. 소통의 균형이 아름다워질 때 박수를 받을 수 있고, 관객을 일으켜 세울 수 있다. 문화 상호주의 시대, 진정한 다문화 정신이 필요하다. 각기 다른 문화를 성숙하게 받아들여야 우리도 그들에게 우리 것을 내밀 수 있다. 마음을 열어야, 다문화 정신도 세계화되고 소통된다.
김건표/대경대 연극영화방송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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