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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서각의 시와 함께] 딸기 아빠-김태수(194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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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상 귀신 내려와

제사상(祭祀床) 축내는 걸 보았느냐

어, 잘 먹었다 이 후비며

허허허 웃으시는 할배 소릴 들은 일 있느냐

딸만 둘이라고 딸딸이 아빠라지만

나는 딸기 아빠다 딸 하나에 또 기집아 하나

어느덧 잘 자라 숙녀 티 내다가

저들끼리 티격태격 싸움질 곧잘 하지만

아직 한 번 어미아비 속 썩인 적 없다

그래서 인제 그 말 하나도 섭섭하지 않다

오호, 못난 아비 생애 돌이켜 얼마나 다행스런 일이냐.

 

- 2003. 가을

휴일 소백산에 올랐다. 젊은 시절에 올랐던 험한 코스를 택해 오르기 시작했다. 다리가 아프고 숨은 차고 이내 무모한 시도에 후회가 되기 시작했다. 어느 등산객이 휴대한 음향 기기에서 '내 나이가 어때서'라는 노래가 흘러나왔다. 이건 아니다 싶었다. 내 나이는 가파른 산을 오르기엔 결코 맞는 나이가 아니었다. 8시간 산행으로 정상에 갔다 오긴 했지만 무리였다.

소년은 꿈을 먹고 살고 노인은 추억을 먹고 산다는 말이 있다. 나이가 들면 지나온 길을 되돌아보기 마련이다. 김태수 시인도 지난 시절 딸만 낳아서 주위로부터 불편한 시선을 많이 받았을 것이다. 남아선호사상이 지배하던 전시대에는 아들 낳지 못하는 부부는 조상에 죄인으로 살아야 했다. 그로 인해 빚어지는 주변의 이야기는 마을마다 널려 있다.

어떤 대상에 관한 가치판단은 절대적이지 않다. 시대의 흐름에 따라 그 기준은 바뀌기 마련이다. 지금 아들을 낳지 못해 갈등을 겪는 가정은 그리 많지 않은 시대가 되었다. 오히려 딸을 선호하는 시대로 바뀌고 있다. 시인은 딸딸이 아빠로 살아온 지난 세월을 되돌아보며 잔잔한 감회에 젖고 있다. 나이는 귀를 순하게 하고 지난 세월을 고요히 되돌아보게 한다.

시인 kweon51@cho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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