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쉼없는 메시지·SNS 알림…후보자가 친구 신청 등 사적인 사이버 공간 침해
문자메시지와 모바일메신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무분별하게 벌어지는 선거운동으로 유권자들이 선거공해에 시달리고 있다.
세월호 침몰 참사로 조용한 선거운동이 진행되고 있지만 모바일에서는 선거전이 치열하다. 직장인 최운환(53) 씨는 요즘 하루 5건 이상의 선거운동 메시지를 받는다. 문자메시지나 모바일메신저를 통한 홍보는 물론 후보자로부터 페이스북 등 SNS를 통해 친구 신청이 들어오기까지 한다. 최 씨는 "업무시간에 메시지가 오고 SNS 알림이 쉼 없이 울려 짜증 날 때가 많다. 심지어 내 지역구가 아닌 후보들까지 오는데 도대체 어디서 내 정보를 알고 보내는지 모르겠다"고 푸념했다.
공직선거법상 문자메시지나 모바일메신저, SNS 등을 통한 선거 홍보에 대해 별다른 규제가 없어 최 씨처럼 온라인 선거공해에 시달리는 유권자가 많다.
문자메시지는 후보자가 같은 내용의 문자메시지를 20명을 초과해 보낼 때 '자동 동보통신'으로 분류돼 선거관리위원회에 신고를 한 뒤 전송해야 한다. 자동 동보통신은 선거운동 기간 중 횟수가 5번으로 제한돼 있지만, 20명 이하의 유권자에게 발송하는 것은 규제 대상이 되지 않아 20명씩 나눠서 발송하면 횟수에 제한이 없는 상황. 이렇게 하면 사실상 무제한 발송이 가능하다.
카카오톡 등 모바일메신저와 SNS 등은 공직선거법상 전자우편으로 분류돼 발송 횟수 제한 자체가 없다. 여기에 네이버 밴드, 페이스북 등 SNS를 통해 메시지를 전달하거나 친구 신청을 하는 경우도 별다른 규제가 없어 유권자들의 사적인 온라인 공간까지 침범한다는 비판도 나온다.
선거관리위원회는 뾰족한 해결 방법이 없다는 입장이다. 대구시 선관위 관계자는 "온라인 선거홍보 유세가 과열되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선거운동의 자유를 지나치게 제약할 수 있기 때문에 하나하나 세부적으로 규제할 수는 없는 상황"이라고 했다.
허현정 기자 hhj224@msnet.co.kr
◇로고송·확성기 사용 자제…주민들 소음 피해 사라져 새 선거문화 정착 분수령
대구 수성구 범어동에 직장이 있는 박모(37) 씨는 요즘 선거운동을 하는지조차 못 느낀다고 했다. 과거처럼 로고송을 틀거나 확성기를 통해 시끄럽게 하는 선거운동을 거의 보지 못했기 때문. 박 씨는 "지난번 선거 때는 낮엔 사무실에서 끊이지 않는 유세방송과 로고송에 시달렸고, 귀가하면 집에서도 시끄러운 유세방송을 들어야 했다"며 "지금과 같은 모습이 바람직하다"고 했다.
6'4 지방선거에 나선 후보들이 로고송과 확성기 자제 등 조용한 선거운동을 치르면서 '선거소음' 민원도 크게 줄었다. 수성구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현재까지 선거 현수막과 관련한 민원은 더러 있었지만 소음 민원은 없다. 선관위 관계자는 "예전 선거기간에는 하루에 출근 시간 때를 중심으로 많게는 10통 이상 소음 피해를 호소하는 전화가 왔지만 올해는 전혀 없다"고 했다. 달서구선거관리위원회도 과거에 비해 소음 민원 전화가 급감했다고 밝혔다.
그 덕분에 선관위 직원들은 한시름 덜었다. 선거법에 선거운동과 관련해 소음 규제 조항이 없어 선관위에서도 선거운동 관련 소음 민원이 골칫거리였다. 한 대구시의원 후보는 "유권자들 상당수는 이미 찍을 사람을 정해놓기 때문에 시끄럽게 자신을 알린다고 해서 선거에 큰 영향은 주지 못한다. 세월호 참사 여파로 요란하게 선거운동을 했다가 오히려 득표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고 했다.
영남대 정치외교학과 김태일 교수는 "이번 선거가 차분하게 정책 공약을 검증하고 토론하는 선거문화를 정착시키는 분수령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굳이 많은 돈을 써가며 시끄럽게 선거운동을 하지 않더라도 충분히 후보를 변별할 수 있다는 인식이 퍼지면 이러한 문화가 앞으로도 이어질 수 있다"고 했다.
전창훈 기자 apolonj@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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