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새누리 全大…존재감 없는 대구경북 의원 27명

최고위원 도전 1명도 없어, 지도부에 대구경북 사라져

대구지역 새누리당 국회의원들이 이달 2일 대구 수성구 신매광장에서 당시 권영진 대구시장 후보 지원유세 중 대구시민을 향해 무릎을 꿇고 용서를 빌었다. 성일권 기자 sungig@msnet.co.kr
대구지역 새누리당 국회의원들이 이달 2일 대구 수성구 신매광장에서 당시 권영진 대구시장 후보 지원유세 중 대구시민을 향해 무릎을 꿇고 용서를 빌었다. 성일권 기자 sungig@msnet.co.kr

27명 중 한 명도 없다. 대구경북 새누리당 국회의원 중 7'14 전당대회에 나서는 이는 없다. 지역구를 가진 새누리당 의원이 122명이다. 존재감이 없다. 대선에서 압도적 지지로 대통령을 배출한 곳이지만 정치권은 초라하다. 대구시민 10명 중 4명 이상이 야성을 되찾거나 확고히 했음을 이번 지방선거가 보여줬다.

◆대통령 배출하고 '퉁치나'

지방선거가 끝나자 새누리당이 떠들썩하다. 7'14 전당대회를 앞두고다. 서청원'김무성 국회의원이 선거가 끝나자마자 출마선언을 했다. 충청에선 이인제 국회의원이 가세했다. 김영우, 김태호, 김상민(비례) 의원이 출사표를 던졌고, 홍문종 전 사무총장은 이번 주말 출마를 공식화했다. 여성 몫을 제외하면 4명만이 앉을 수 있는 최고위원석을 두고 7명이 대진표에 이름을 올렸다. 출정식을 겸한 세 과시도 이어지고 있다.

대구경북만 조용하다. 대표주자가 없다. 3선의 김태환 의원이 자천타천으로 거론되지만 주말까지 고민하겠다고 했다.

김 의원은 "여론조사상 지지도가 낮아 고민 중이다. 뒷심이 필요하다. 지역 의원들과 상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역 정치권은 김 의원의 도전이 쉽지 않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과감한 도전은 증발했다. 유승민'최경환 의원이 거론됐지만, 출마 가능성은 제로다. 최 의원은 경제부총리로 내정됐고, 유 의원은 여러 차례 불출마 의사를 밝혔다.

후반기 당 지도부에선 대구경북 인사를 찾아보기 어렵게 됐다. 주호영 정책위 의장, 김재원 원내수석부대표가 있지만, 지역 정치권은 '체면이 안 선다'는 분위기다. 일각에선 지역 의원들이 유력한 전대 후보를 밀어주는 대신 당직을 요구하거나, 지분을 확보하자는 얘기도 나온다.

이런 주장이 실현될지는 의문이다. 임기대로 간다면 공천권을 쥘 수도 있는 차기 당 지도부에 정치적 명운을 걸어야 할 의원들의 속을 알 수가 없다. 겉으로만 협력을 외치고 각자도생을 꿈꿀지도 모를 일이다. 지역 의원들을 만나면 지역 대표성에 대한 고민보다는 '누구를 밀어줄까' '누가 될까'를 묻는 경우가 많다. 그야말로 '줄 서기' '눈치 보기'가 시작됐다.

후반기 상임위원장에도 정희수'김광림 의원만이 이름을 올렸다. 상반기 국회부의장 포함 6명과는 대조적이다. 상반기 상임위원장을 맡았던 중진 의원들의 적극성을 찾아보기 어려워졌다. 초'재선 의원들은 말할 것도 없다.

한 지역 정치권 인사는 "후반기 국회에서 대구경북 의원은 허수아비가 될지도 모른다"며 "지역에서 대통령 한 사람만 내놓고 '퉁치겠다'는 건 아닌지 의심스럽다"고 했다.

◆지방선거에 나타난 민심, 무시하지 마라

지난 6'4 지방선거에서 대구시장 선거는 여당도, 야당도 힘든 싸움이었다. 표면적으로는 새누리당의 승리로 끝났지만, 여당이 안도의 한숨을 내쉬어야 했던 한 판 승부였다. 대구시장 선거에서 야당 후보가 40% 넘게 득표한 것에 대해선 기성 정치권, 특히 여권에 대한 경고가 담겼다는 분석이 나온다. '바꿔야 한다'는 요구가 '40%'의 수치로 증명됐다는 얘기다.

시장 선거 막판 변수 중 하나는 '가덕도 신공항' 논란이었다. 부산에 간 새누리당 중앙당 선거대책위가 가덕도에서 현장 회의를 열고, 신공항에 힘을 실어준다는 취지의 발언을 한 것이다. 이번 전당대회에 출마한 김무성 의원 등 당내 주요인사들이 잇달아 가덕도 신공항 유치에 대해 긍정적인 발언을 쏟아내면서 대구 표심이 흔들렸다.

지역 정치권도 우왕좌왕하는 모습이었다. 대구지역 국회의원은 무릎을 꿇었다. 사죄의 큰절을 받은 시민들은 '국회의원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고 평가했다. 경북지역 국회의원은 별다른 반응이 없었다.

신공항 논란만 두고 볼 때 이번 선거에서 대구와 부산의 싸움은 부산의 승리라는 말도 나온다. 지역 정치권에선 '원칙 운운하다가 뒤통수를 맞았다' '정치력 부재의 결과'라는 평가가 이어졌다.

절묘한 '무승부'로 끝난 지방선거는 여당에 경종을 울렸다는 분석이다. 전당대회와 후반기 국회 개원으로 전환기를 맞은 정치권에서 설 자리를 잃어가는 TK(대구경북)가 중심을 잡을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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