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덥고 습할수록 한국팀에 유리…'겨울왕국' 러시아엔 다소 불리

본선 첫 경기 쿠이아바 경기장, 겨울에도 35도 넘는 고온 현상

한국 축구 대표팀이 브라질 월드컵 본선의 첫 단추를 끼우는 쿠이아바 경기장의 명칭은 '아레나 판타나우'다. 세계에서 가장 큰 늪지대이자 유네스코 자연유산인 '판타나우 보존지구'(Pantanal Conservation Area)에서 북서쪽으로 100㎞ 정도 떨어져 있다. '밀림의 왕' 재규어를 야생 상태에서 관찰하는 투어가 이곳의 인기 관광상품이다. 그만큼 덥다는 뜻이기도 하다.

쿠이아바는 브라질 중서부에 있는 마투 그로수 주(州)의 수도이다. 태평양'대서양에서 똑같이 2천㎞씩 떨어진 지점에 있어 '남미의 심장'이라고 불리기도 한다. 한국 축구 대표팀의 베이스캠프인 이구아수에서는 1천400㎞가량 북쪽에 있다.

이 지역은 열대 지역 특유의 더위 때문에 월드컵을 앞두고 우려가 컸다. 6월은 남반구에서 겨울이지만 쿠이아바의 낮 기온은 평균 30℃에 이르고 때로는 35도가 넘는 고온 현상이 나타나기도 하는 탓이다. 시차와 기후에 적응하지 못한 원정 선수단은 상대 선수뿐 아니라 뜨거운 열기, 높은 습도와도 싸워야 할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요즘 쿠이아바의 날씨는 축구 경기에 지장을 줄 정도는 아니다. 현지 일기예보에 따르면 경기가 열리는 18일은 최고기온 30도, 최저 20도에 강수확률은 0%다. 킥오프 시간의 기온은 27도, 경기 종료 무렵에는 24도가 예상된다. 16일 취재진과 만난 국가대표팀 수비수 이용은 "쿠이아바가 무척 덥다고 말을 들었는데 직접 와서 보니까 생각보다 덥지 않은 것 같아 다행"이라고 말했다.

물론, 이런 기후는 쿠이아바와 비슷하게 고온다습한 기후인 마이애미에서 전지훈련을 해온 '태극전사'보다는 '동토의 땅'에서 온 러시아 선수들에게 다소 불리할 수 있다. 모스크바의 요즘 날씨는 낮 최고기온이 15도 안팎이다. 러시아는 이달 8일 러시아에서 브라질로 이동, 상파울루 인근의 이투에서 담금질을 해오고 있다.

한국 대표팀 일정상으로도 더운 곳에서 먼저 경기를 치르고 추운 도시로 가는 게 생리학적으로 도움이 된다. 2차전이 치러지는 포르투 알레그레는 낮 기온이 20도에 못 미치고 있다. 날씨 조건은 한국 선수들에게 유리하게 작용할 전망이다.

한편 아레나 판타나우는 월드컵 본선을 위해 공사비 5억2천만헤알(약 2천300억원)을 들여 신축됐다. 4만2천900여 명을 수용할 수 있으며, 재활용 건축자재로 건립돼 친환경적이라는 의미에서 '빅 그린'(O Verdao'The Big Green)이라는 별명을 얻었다. 이달 13일 칠레와 호주의 경기가 열렸던 이곳에서는 22일 나이지리아와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 25일 일본과 콜롬비아의 조별리그 경기도 열린다.

브라질 쿠이아바에서 이상헌 기자 davai@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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