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기고] 이제 북적거리는 대구로

서울 1천만 인구가 25년 만에 처음으로 깨졌다는 소식이다. 높은 집값 등으로 주변 도시로의 전출이 늘어난 때문이란다. 그러나 이것은 그야말로 수치에 불과하다. 서울 위성도시들의 인구가 계속 늘면서 수도권으로의 인구 집중은 지금도 여전해 서울 인구 감소는 지방도시의 그것과는 근본적으로 다르다.

대구는 인천에 3대 도시의 위상을 내준 지 이미 오래다. 인천은 2003년에 260만 명을 넘긴 뒤 지난해 말에는 287만9천 명으로 10년 사이 28만 명 가까이 늘었다. 그러나 대구는 2003년 254만 명으로 정점을 찍은 뒤 지금은 250만 명으로 10년째 인구가 줄고 있다. 인천은 300만을 내다보고 있으나 대구는 250만 명 선마저 곧 깨질지도 모른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부산도 마찬가지다. 400만 도시로 불리던 부산은 지난해 말 인구가 356만 명이다. 10년 전과 비교하면 15만 명이 줄었고 20년 전에 비하면 30만 명이나 감소했다. 해마다 1만5천 명 정도가 줄어든 셈이다.

가장 큰 문제는 해마다 20, 30대 인구가 서울 등 수도권으로 계속 빠져나간다는 점이다. 도시 전체 인구에서 차지하는 20, 30대의 비중은 대구가 27.6%, 부산이 28.1%로 10년 사이 6~7%포인트까지나 줄었다. 대학 진학을 위해 한 차례 수도권으로 큰 규모의 이탈이 이뤄지고, 일자리를 찾아 또 한 차례 대거 이동이 일어나고 있다. 저출산과 함께 청년들의 지속적인 수도권으로의 이탈은 도시의 고령화를 가속화하고 도시의 활력을 떨어뜨린다.

대구를 포함한 지방 대도시의 인구 감소는 이미 사회 곳곳에서 크고 작은 문제들을 낳고 있다. 엄살과 과장도 없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20, 30대들이 해마다 외지로 대거 빠져나가는 상황이라면 인구 감소의 체감은 수치보다 훨씬 더 클 수밖에 없다. 특히, 경기침체가 이어지고 실업이 증가하면서 식당이나 가게 등 영세한 점포를 차리는 사람들은 더욱 늘어나고 있기 때문에 가뜩이나 안 되는 장사가 더 안 되고 더 어려워지는 악순환마저 생기고 있는 것이다.

1970년대 섬유도시 대구는 사람들로 북적거렸다. 서문시장에는 전국에서 상인들이 몰려들어 사람들로 넘쳐났다. 도시는 커졌고 시민들의 도시에 대한 자부심도 대단했다. 이제 다시 대구를 북적거리고 자긍심과 에너지 충만했던 그때의 대구로 거듭나게 해야 한다.

치열한 선거전을 통해 젊은 대구시장을 뽑았다. 변화와 혁신을 통한 새로운 대구 건설을 기치로 내건 권영진호의 방향타는 전국에서 사람들이 몰려드는 북적거리는 대구를 만드는 데 최종적으로 모이길 바란다. 기필코 밀양에 새로운 허브공항을 유치해야만 하는 이유도 바로 그 때문이다. 대구에 사람이 몰리고 인구가 늘어나면 자연히 새 바람은 분다. 그러나 인구가 줄어드는 상황이 이어진다면 어떤 새 바람도 불기가 참으로 어렵다는 사실을 새겨둘 필요가 있다.

박영석/계명대 언론영상학과 초빙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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