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명 한 번 해볼래?"라는 교수님의 제안을 받아들였고 그것이 계기가 됐다. 안동대학교 발명동아리 'KSIP' 소속 김보라(23), 지현주(23), 심상본(22) 씨는 동아리 활동을 시작한 지 9개월 만에 2014 대한민국 세계여성발명대회에 출품한 두 작품 모두 은상과 동상을 받는 쾌거를 이루었다. 이들의 성취 뒤에는 '자신감'과 '팀워크'가 있었다.
◆발명, 어렵지 않아요
발명 동아리를 만들자는 교수님의 제안에 세 사람은 막막함이 앞섰다. 평소 가졌던 '발명=창의적인 것'이라는 인식 때문이다. 김 씨는 "초등학생 때부터 발명의 날 등 발명할 기회가 있었지만 새로운 것을 만들어내야 한다는 압박감 때문에 즐기지 못했던 것 같아요"라며 의외의 이야기를 했다. 그러나 본격적으로 발명을 시작해보니, 발명은 일상적인 것이었다. 세 사람은 "일상생활을 하며 불편함을 느낄 때 불평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어떻게 변화시킬까 고민해보니 발명이 되었다"며 입을 모았다.
이들이 입상한 작품도 실생활에서 불편했던 점들을 반영해 만든 것들이었다. 하나는 여러 종류의 액세서리를 휴대할 수 있는 액세서리 정리함이고 다른 하나는 책 받침대가 부착된 책상이었다. 불편함이 아이디어가 되고, 아이디어가 구체적인 물건이 될 때 셋은 희열을 느꼈다.
◆부족함이 아닌, 가진 것에 집중
대회가 열린 서울 서초구 양재동 aT센터에서 이들은 분위기에 압도됐다. 센터 안에는 100여 팀이 출품한 300여 개의 작품이 전시돼 있었다. 한 학교에는 발명학과가 있어 한 과에서만 10개 팀이 나오기도 했다. 김 씨 팀이 당황했던 결정적인 이유는 시제품 때문이었다. 김 씨 팀은 시제품을 만들어 올 수 있다는 정보를 알지 못해 시제품을 만들어온 다른 팀들과 비교가 됐다.
하지만 이들은 '부족한 것'이 아닌 '가진 것'에 집중했다. 그들이 가진 것은 다름 아닌 자신감과 재치 있는 말솜씨였다. 팀 리더인 김 씨는 "사람들이 저희 부스를 찾아올 때마다 처음부터 끝까지 말로 설명했어요. 잠시도 앉아있지 않고 사람들에게 발명품을 설명한 덕분에 저희 작품에 대한 이해를 도울 수 있었어요"라며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완벽했던 삼박자
팀이 발명대회에서 수상하게 된 가장 큰 원동력은 완벽한 팀 활동에 있었다. 팀은 4학년 두 명과 2학년 한 명으로 구성돼 있다. 자칫 한 사람에게 일이 쏠리거나, 부담이 가중될 수도 있었지만 셋은 완벽한 팀워크를 자랑했다.
김 씨는 아이디어 뱅크였다. 끊임없이 생각을 쏟아내는 게 특징인데 무심코 뱉어낸 좋은 생각을 나중에 기억하지 못한다는 약점이 있었다. 그런 김 씨의 생각을 주워담은 사람은 필기의 여왕, 지 씨다. "저는 좋은 아이디어는 적어놓죠. 보라가 '내가 그때 했던 말 뭐였지?'라는 말을 많이 하는데 그럴 때마다 메모장을 보며 보라한테 이야기해주곤 했어요."
막내인 심 씨는 겉으로 보기에는 내성적으로 보였다. 하지만 심 씨에 대한 팀원들의 설명은 예상 밖이었다. "상본이는 누구보다도 적극적이었어요. 여기저기 연락하는 일처럼 번거로운 일은 상본이가 다 맡았죠. 상본이의 적극성이 없었다면 입상은 힘들었을 거예요."
◆발명이 즐거운 이유
우연한 기회였지만 발명이 가져다준 행복은 컸다. 어렵게만 느껴지던 발명이 이제는 일상이 되고 있다. 김 씨는 최근 포항으로 여행을 갔다가 새로운 아이템을 생각해냈다. 지 씨는 길을 걸을 때, 심 씨는 식사를 할 때 번뜩이는 아이디어가 떠오른다고 한다.
다음 목표는 남녀 모두가 참가하는 전국 발명대회에서 입상하는 것. 벌써 이들은 아이디어가 넘쳐났다. 기자는 기사에 적지 않겠다는 약속을 하고 아이디어 몇 개를 들을 수 있었다. 역시나 기발한 아이디어에 다음 입상까지도 충분히 기대할 만했다. 다음 입상 때에도 인터뷰에 응해달라는 기자의 제안에 긍정적인 답변을 듣고 인터뷰를 기분 좋게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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