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동호동락] 스쿠버다이빙-비상수영 상승과 질식

'물 속에 들어가봐야 공기의 소중함을 안다'는 속담이 있다. 물질꾼들에겐 피부로 느껴지는 금언이다.1986년 6월, 날씨는 쾌청하고 파고도 높지 않고 시야도 좋은 날이었다. 외섬이라 불리는 환상적인 스쿠버 포인트로 갔다. 해도에는 남형제도(부산 사하구 다대동)라 되어 있지만 혹자들은 알섬이라고도 한다. 부산에서 보면 나무섬, 형제섬(북형제도)을 지나 가장 멀리 있는 섬이다.

사시사철 시야가 좋고 대형어류가 회유하고 각종 연산호와 해송, 백송 등이 절묘하게 흐드러져 감탄을 자아내는 초특급 포인트다. 역시 먼바다 섬인 만큼 조류도 세고 파고도 높은 것이 단점이지만 좋은 포인트는 대개가 그렇다.

당시에는 물질꾼이 매우 드물기도 했고 작살로 어류를 잡는 행위가 불법이 아니었다. 공기가 50바 정도밖에 안 남아 상승하려는데 동굴 속에 또아리를 튼 곰장어(먹장어)가 보였다. 공기가 얼마 남지 않았지만 곰장어를 잡기로 했다. 뱀처럼 생겨서 약간 겁이 나지만 작살총을 발사해 곰장어를 포획하는 데 성공했다.

그러나 잡은 곰장어를 작살대에서 빼내는 과정에서 문제가 발생했다. 미끈미끈해 손에 느껴지는 감촉도 싫고 모양도 좀 무섭고 공기도 얼마 없어서 허둥대기까지 했다. 잘 빠지지 않아 무리한 힘을 줬더니 곰장어의 척수액이 터져 나와 물속에서 하얀 점액질이 분출되었다. 깜짝 놀라 허둥대다 보니 작살이 바닥에 있던 폐그물에 걸렸다. 더 당황해지자 작살 회수도 잘 되지 않았다.

겨우 작살을 회수해 상승하려는데 숨이 안 쉬어졌다. 혼자(짝 스쿠버를 하면 이때 도움을 받을 수 있다)였으므로 방법은 비상수영 상승밖에 없었다. 납벨트를 벗어버리는 방법도 있긴 하지만 이는 최후의 방법이다. 가능하면 모든 장비를 다 착용하고 올라가는 게 합리적이다. 수심 37m에서 상승을 시작했다. 점점 더 숨이 가빠오고 있었다.

이렇게 무호흡으로 상승을 할땐 천천히 조금씩 숨을 내뱉어 주어야 한다. 기도를 닫고 올라가면 폐가 팽창해 파열되고, 그 공기가 심장으로 들어가 뇌동맥으로 올라가면 즉사하게 된다. 이를 '공기전색증'이라고 한다. 상승 중 죽기도 하고 상승 후 사망하기도 한다. 따라서 공기가 없을 때 비상수영 상승을 할때는 꼭 기도를 열고 숨을 조금씩 내 뱉어 주어야 한다. 폐가 터지지 않을 정도로 말이다. 열심히 올라가고 있는데 정신이 아득해진다. 올라갈수록 시야는 더 밝아지는데 숨은 더 막혀온다. 질식의 순간엔 이상한 환희 같은 것을 느낀다.

'아~ 이 아름다운 바다에서 죽는 것인가. 이대로 죽는 것은 또한 얼마나 아름다운가'라는 황홀경에 빠진다. 사실 사람이 질식할 때 이런 현상이 일어나기도 한다. 이럴 땐 정신을 똑바로 차리고 최대한의 공기를 폐에 유지하고 파열되지 않을 정도로 서서히 내뿜는 것이 중요하다.

황홀경이 끝나는 순간 물밖으로 몸이 솟구쳤다. 첫 숨을 들이쉬는 순간 '아, 살았구나'라고 안도했다. 얼마간의 아쉼움이 교차되기도 하지만 이 순간만큼은 살아있다는 것이 너무나 감사했다. '살았구나. 살아 있구나. 숨이 쉬어지는 구나.'

어리석은 짓이었다. 공기의 여유를 충분히 두고 50바가 남으면 상승했어야 했었다. 곰장어를 그냥 두고 올라왔어야 했다. 작살이 폐그물에 걸렸을 때도 그냥 작살을 버리고 상승했으면 괜찮았다. 또 짝 잠수를 했으면 짝의 보조호흡기를 사용해 안전하게 올라올 수 있었다. 총체적 부실의 결과인 것이다.

어리석음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배에 올라온 후 10여 분 지나니 어깨에 통증이 왔다. 감압병이었던 것이다. 한 30여 분 지나니 통증이 많이 사라졌다. 어리석은 사람의 사고기록이다. 스쿠버다이빙은 즐기는 것이지 물속을 해치는 것이 아니다. 그리고 안전하게 스쿠버를 해야 한다.

고경영(스쿠버숍 '보온씨테크'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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