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관심'뿐인 관심병사 관리, '또 다른 임 병장' 나올라

2011년 6월 강원도 인제의 한 군부대에 입대한 A씨는 입대 초기 고열에 시달리는 등 병치레가 잦았다. 하지만 훈련소에서는 해열제 처방만 해줬을 뿐 별다른 조치를 해주지 않았다. 부대 배치를 받고도 구토와 발작이 몇 차례 이어졌지만 군 병원은 원인을 알려주지 않은 채 진정제 주사만 줬다.

A씨는 휴가 때 한 정신과에서 공황장애가 의심된다는 소견서를 받았다. A씨는 그제야 군병원 정신과에서 항우울제 처방을 받으며 관심병사 치료 캠프에 보내졌고 입대 1년 만에 복무 부적합 판정을 받아 집으로 돌아왔다.

관심병사 관리제도가 허술해 또 다른 임모 병장이 나올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관심병사가 군에서 제대로 된 상담이나 치료를 받지 못하는 등 '관심' 이외에 별다른 조치를 받지 못하고 있다는 것. 이 때문에 관심병사를 따로 떼어 의료진 등 전문가들이 관리하는 시스템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관심병사, 즉 보호관심사병은 신체검사에 통과했으나 정신적 사유와 질병 등의 이유로 지속적 관찰이 필요한 병사를 가리킨다. 관찰이 필요한 정도에 따라 A, B, C급으로 나뉜다. 이들은 등급에 따라 다른 수준과 횟수의 면담을 받지만 이들을 관리하는 분대장이나 간부들의 업무가 많다 보니 제대로 된 관리'관찰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

2012년까지 강원도 모 부대에서 중대장으로 복무했던 정모(27) 씨는 "관심병사와 직'간접적으로 얘기를 나누기는 하지만 보통은 훈련과 행정업무로 인해 깊은 얘기를 나눌 시간이 없다"며 "2011년 군 생활에 적응하지 못하던 한 병사가 여자친구와 헤어진 뒤 자살을 시도했는데, 그때까지 그의 성장 배경과 심리 상태를 제대로 파악한 사람이 없었다"고 했다.

상담 전문가도 없다. 또래 상담병이라 해서 모든 병사와 상담해 상부에 보고하는 보직병이 있지만 이마저도 형식에 그칠 때가 많다.

군 복무 중 또래 상담병 역할을 했던 이모(22) 씨는 "상담병 교육이 너무 허술하다. 보직을 맡으면 첫날 외부 상담전문가가 와서 4시간 동안 상담 교육을 하고 피상담자의 사례별 지침이 담긴 유인물 몇 장만 줄 뿐"이라며 "대부분 이 일을 하고 싶어서가 아니라 포상휴가 한 번 더 받으려고 지원하는 상황이다. 정작 관심병사를 상담할 때는 어떻게 대해야 할지 몰라 우물쭈물하게 된다"고 전했다.

비공개 처리돼야 할 관심병사들의 생활기록이 낱낱이 드러나는 것도 문제로 지적된다. 최근까지 강원도 한 부대에서 장교로 복무했던 김모(28) 씨는 "간부들로부터 관심병사 관련 업무를 떠맡은 행정병들이 관심병사들의 비밀을 몇 차례 소문냈다"며 "자신이 관심병사임을 알고는 더는 포상 휴가도 못 받는데 열심히 복무해서 뭐하느냐며 불성실해진 병사도 있었다"고 말했다.

한 육군 장교는 "관심병사 가운데 몸과 마음이 군 체질이 아니라서 어려움을 겪는 이들이 대부분이다. 이런 병사들을 훈련 열외까지 하며 군대에 붙잡아 둔다고 적응력이 생기지는 않는다"며 "다른 병사들이 관심병사들이 특혜를 받는다고 생각해 더 괴롭히는 일도 다반사다. 이 같은 상황을 막기 위해서라도 관심병사들은 심리상담가나 의료진이 있는 곳에서 별도 관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했다.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