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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반 읽어주는 남자] 서태지와 아이들 - 3집 교실이데아

'공감 능력'이 부족한 시대라고 한다. 어른들이 아이들을 보고 한 소리였다. 학교에서 약한 아이를 왕따시키고, 온라인에서 얼굴을 가린 채 악성 댓글을 서슴지 않는 원인이라고 했다.

아이들만 문제를 고치면 될 줄 알았다. 아니었다. 그건 어른들의 문제이기도 했다. 특히 권력과 재능을 가져 우리 사회에서 중요한 역할 및 책임을 부여받은 사람들이 문제를 드러냈다. 한 총리 후보자는 과거 발언에서 식민사관을 드러내 지탄받았다. 한 학자는 자신이 쓴 책에서 위안부를 매춘부나 일본군의 협력자로 기술해 논란이 됐다. 많은 사람들이 분노하거나 상처를 받았다.

표현의 자유가 보장되는 사회에서 어찌 보면 이들의 말과 글은 자유다. 그런데 이들은 일반인보다 더 큰 사회적 영향력을 갖는다. 국민에게 공감을 얻지 못하는 총리는 사회에 갈등을 만들어 국가에 큰 불행을 안길 수 있다. 대중에게 공감을 얻지 못하는 학자는 학문의 지평을 넓히기보다는 사회에 독설과 불통을 생산할 가능성이 크다. 이런 총리와 학자는 우리 사회에 필요 없다.

예술에서도 공감 능력은 중요하다. 현재 대구미술관에서 국내 첫 회고전을 열고 있는 예술가가 있다. 중국 현대미술의 거장, 장샤오강이다. 그의 작품들은 1960, 70년대 문화혁명, 1989년에 발생한 천안문사태 등 격동의 세월을 보낸 중국인의 아픈 과거를 표현하고, 그들의 심리 상태를 대변한다. 공감 능력이 없었다면 결코 발견하지 못했을 소재, 생각하지 못했을 작품들이다.

예술은 대중의 공감을 바탕으로 지지를 얻는다. 그러기 위해서는 예술이 먼저 대중의 삶에 깊숙이 공감할 줄 알아야 한다.

우리 가요계에서는 서태지와 아이들의 3집(1994)이 그랬다. 수록곡 '교실이데아'는 대중가요 사상 최초로 10대들의 교육 문제에 공감한 곡이었다. 대한민국의 고단하고 꽉 막힌 교육 시스템에 일갈을 날렸다. 당사자인 10대들에게 쾌감을 선사했고, 시스템을 만든 기성세대의 생각을 바꾸는 출발점도 됐다.

개인적인 억측 몇 가지를 소개한다. '매일 아침 7시 30분까지 우릴 조그만 교실로 몰아넣고, 전국 900만의 아이들의 머릿속에 모두 똑같은 것만 집어넣고 있어.' 이보다 명쾌하게 당시 교육 시스템을 표현한 노랫말이 있을까. 그리고 이 곡의 후렴은 서태지와 아이들(서태지, 양현석, 이주노)이 아니라 록 그룹 '크래쉬'의 보컬 안흥찬이 부른다. '왜 바꾸지 않고 마음을 졸이며 젊은 날을 헤맬까. 왜 바꾸진 않고 남이 바뀌길 바라고만 있을까.' 혁명가에서나 들을법한 선동적인 노랫말을 걸걸한 샤우팅 보컬로 내지르니 누구라도 뇌리에 꽂히지 않을 수 없다. 앨범에서 교실이데아 바로 앞의 곡 제목은 '아이들의 눈으로'다. 기성세대에게 교육 시스템에 대한 접근 원칙을 명징하게 제시한다. 여러모로 치밀한 구성이다. 당시 10대들의 대통령으로 불린 서태지는 교실이데아로 정말 혁명을 꿈꿨는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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