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구멍 숭숭 뚫린 국방, 특단의 대책 강구하라

군 기강이 거의 코미디 수준이다. 군 총기 난사 사건을 계기로 한심한 기강이 속속 실체를 드러내고 있다. 3년 6개월을 국방부 장관으로 재임하다 국가안보실장이 된 김관진 전 장관은 재임기간 '싸우면 이기는 전투형 군대 육성'을 강조했지만 실제로는 허술하기 짝이 없는 군대를 키운 것이다. 이런 군에 대한민국과 국민을 지켜달라고 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총기 난사 사건 발생이 벌어지자 해당 부대 총기와 탄약고 관리 책임자였던 소초장은 지휘를 포기하고 인접 GOP로 달아났다. 이 때문에 수색대는 탄약고를 부수고 무장해야 했다. 수색대는 '암구호도 대지 못하는' 임 병장과 여러 차례 마주치고도 잡지 못했다. 검거에 나선 동료끼리 오인사격으로 부상자가 발생하자 임 병장 짓이라고 발표하는 웃지 못할 일도 벌어졌다. 무장공비가 침투했을 때 발령된다는 진돗개 하나인 상황에서 생긴 일이다.

이 사건 전 경기 파주지역 비무장 지대서 북한군이 우리군을 가지고 놀았다는 사실도 밝혀졌다. 북한군이 우리군 최전방 초소에 접근해 귀순 유도 벨과 유도표지판을 파손하고 뜯어간 사건이다. 밤도 아닌 벌건 대낮에 벌어진 일이다. 우리 군은 유유자적 멀어져가는 북한군 뒤통수에다 총질을 했다지만 늦어도 한참을 늦었다. 지난 3일에는 목선을 타고 백령도에 온 북한 주민이 귀순 요청을 할 때까지 우리 군은 까맣게 몰랐다.

국민들은 2년 전 북한 병사의 노크 귀순 사건을 생생히 기억한다. 북한 병사가 DMZ와 우리 측 철조망을 넘어 아군 초소 막사 창을 두들겨 귀순의사를 밝혔던 사건이다. 이 사건은 경계 작전 실패의 대표적 사례다. 당시 김 장관이'군의 경계 실패를 사과하고 재발 방지'를 약속했지만 구두선에 그쳤다.

군 기강은 풀렸고 경계태세는 허물어졌다. 최전방이 이 정도라면 후방 역시 불을 보듯 뻔한 일이다. 한민구 국방장관은 최근 취임사를 통해 '기본이 튼튼한 국방'을 강조했다. 국방의 기본은 철통 경계에 있고, 이는 유사시에 확인된다. 이 시간 또 어디서 경계가 허물어지고 있을지 국민들은 걱정이다. 한 장관은 무엇보다 이를 확고히 할 일이다. 이토록 허약한 군대에 어찌 국방을 맡길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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