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브라질 월드컵 통신] 개최국 브라질, 무너진 자존심

브라질의 준결승전 참패는 누구도 예상 못 한 결과였다. 독일의 우세를 점치는 사람들도 있었지만 1대7이라는 믿지 못할 결과에 대다수의 브라질인은 참담해하는 분위기다.

1950년 브라질 월드컵 결승전에서 우루과이에 역전패를 당하면서 생겨난 '마라카낭의 비극'에 이어 '미네이랑의 비극'이란 신조어도 유행하고 있다. 마라카낭의 비극 당시 브라질축구협회는 불운 때문에 우승을 놓쳤다며 대표팀의 유니폼 색깔을 상'하의 하얀색(상의 목 테두리는 푸른색)에서 현재의 상의 노란색(목 테두리 녹색), 하의 푸른색으로 바꿀 정도로 치욕스럽게 생각했다.

독일전 패배 이후 브라질에서는 일부 과격한 축구팬들과 시민들에 의해 버스가 불태워지고, 상점이 습격당하는 등의 사건이 잇따랐다. 한동안 잠잠했던 시위도 재개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독일전을 관람하고 걸어서 집으로 가면서 몹시 조심스러웠으나 다행히 별다른 일은 발생하지 않았다. 특히 상파울루는 경기 다음날인 9일이 공휴일이었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조용한 편이었다.

브라질 주요 일간지의 지면은 월드컵 4강전 후 참패를 안타까워하고, 브라질 축구의 근본적인 개혁이 필요하다는 비판으로 연일 채워지고 있다. 하지만 상당수의 브라질 국민은 특유의 낙천적인 성격에 따라 현실을 받아들이고 더 나아질 미래를 준비하자는 생각을 하고 있다. 라이벌 관계인 아르헨티나가 결승전에 진출하면서 상대적인 박탈감 또한 느끼게 됐으나 13일 네덜란드와의 3, 4위전에서 승리한다면 무너진 자존심을 어느 정도 회복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정상 KOTRA 상파울루 무역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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