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경찰 주변인 부동산 탐문…결국 은신처 찾아내

빈 오피스텔서 수도요금, 문 잠겨있자 "부수겠다" 2시간 만에 스스로 나와

경찰이 25일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의 장남 대균(44) 씨를 경기도 용인 수지에서 검거할 수 있었던 것은 그의 도피 조력자들에 대한 저인망식 수사가 통한 덕분이다.

경찰에 따르면 인천지방경찰청에 설치된 유 씨 부자 검거를 위한 '경찰 총괄 TF'는 유 씨의 사망을 확인한 21일 이후 대균 씨 검거에 주력했다. 특히 수행원 등 도피 조력자들과 그 가족들이 소유한 아파트와 오피스텔 등 부동산 이용 현황을 분석했다.

그동안 유 씨의 도피 행각과 경로 등을 보면 유 씨는 구원파 신도보다는 그의 개인 수행원들의 도움을 받으며 경기도 등 대도시에 숨어 있을 것으로 추정됐기 때문이다.

그러던 중 경찰의 레이더망에 수행원 하모 씨의 여동생(35)이 소유한 용인 수지의 한 오피스텔 7층 방이 포착됐다. 하 씨의 여동생은 5월 이후 이곳에 거주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지만 수도요금과 전기료는 계속 나오고 있었다. 경찰은 오피스텔 엘리베이터 폐쇄회로(CC)TV를 분석하고 하 씨 여동생을 추궁했다. 그는 "구원파 신도들에게 비밀번호를 알려줬을 뿐 어떻게 된 것인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바로 인천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 경찰관 8명이 25일 오후 2시부터 대균 씨가 머물던 경기도 용인시 오피스텔 앞에서 잠복을 시작했다. 유 씨가 있을 것으로 추정되는 집 현관문을 오후 5시쯤부터 계속 두들겼지만 인기척이 없었다. 그렇게 1시간이 흘렀다. 경찰은 유 씨가 집안에 있는지 최종적으로 확인하기 위해 오피스텔 관리인을 대동해 현관문 비밀번호를 눌렀다. 비밀번호는 사전에 하 씨로부터 알아낸 것이었다.

집주인이 알려준 대로 비밀번호를 눌렀는데도 문이 열리지 않았다. 집 안쪽에서 잠금장치를 걸어두면 비밀번호를 맞게 눌러도 문이 열리지 않는다는 관리인의 말에 따라 경찰은 유 씨가 집안에 있다는 것을 확신했다.

경찰은 '안에 있는 것을 알고 있으니 문을 열어라'고 반복하면서 계속 문을 두드렸지만 유 씨는 침묵을 지켰다. 경찰이 '문을 부수겠다'며 열쇠공을 부른 뒤에야 오후 7시쯤 침묵을 깨고 문을 열었다.

그의 옆에는 줄곧 그를 따라다녔던 '신엄마' 신명희(64'구속) 씨의 딸 박수경(34) 씨도 함께 있었다. 5.8평 크기의 오피스텔에는 TV 등 가구는 없고 대균 씨의 오랜 도피생활을 짐작할 수 있을 정도의 짐과 5만원권으로 된 현금 1천500만원, 유로화 3천600유로(약 500만원)가 발견됐다. 휴대전화와 노트북도 있었지만 사용된 흔적은 없었다. 냉장고에는 하 씨 여동생이 들여온 많은 음식이 보관돼 있었다.

사회2부·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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