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가장 충격적이었던 사건은 순천의 매실밭에서 발견된 의문의 '사체'가 유병언 씨의 '시체'로 밝혀진 것이었다. 사건 자체가 워낙 충격적인데다 '신비한 TV 서프라이즈'에 나올 법한 의심스러운 부분이 많기 때문에 언론사들마다 엄청난 양의 기사를 내보내고 있다. 그런데 이 사건 보도에 사용된 용어들을 보면 대부분은 '사체'가 발견되었다고 하지만 '시체'라는 용어를 고집하는 언론사도 있다. 그 이유는 '사체'라는 말이 일본식 한자라는 것이다. 일본에서는 상용한자의 범위에서 사용하기 위해 어려운 한자인 '시'(屍)자 대신 '사'(死)를 사용하는데 우리가 굳이 일본의 한자어를 따를 필요가 있냐는 것이다. 또 어떤 언론사는 한국에서 '사체'라는 것은 동물에게만 해당되는 것이기 때문에 '사체'라는 말을 써서는 안 된다고도 한다.
그런데 이런 견해들이 성립하려면 일본에서 '사체'라는 말을 쓰기 전에 우리말에서는 '사체'라는 말이 없었어야 하고, 동물이 죽은 것은 '사체', 사람이 죽은 것은 '시체'라는 엄격한 구분이 있었어야 한다. 그렇지만 일본하고 한자가 같다고 해서 다 일본식 한자라고 보는 것에는 무리가 있고, 사람에게 '사체'라는 말을 쓴 적이 없다는 것에 대한 확실한 근거는 없다. 오히려 국립국어원에서 간행하는 『표준국어대사전』이나 그 이전에 한글학회에서 간행한 사전인 『우리말본』을 보면 '시체'는 '시신' '송장' '주검'과 같은 말로 '죽은 사람의 몸을 이르는 말'이라고 되어 있으며, '사체'는 '사람이나 동물의 죽은 몸'이라고 되어 있다.('주검'의 경우는 죽다의 어간 '죽-'에 명사형 접사 '-엄'이 결합해서 만들어진 것인데, 현대어에는 명사형 접사로 '-엄'을 사용하지 않기 때문에 '죽엄'으로 쓰지 않고 '주검'으로 소리 나는 대로 쓴다. '무덤'도 같은 원리가 작용한다.)
어떤 사람은 반문하기를 이 사전적 정의를 따른다면 사람의 경우라면 '시체'나 '사체'를 바꾸어 써도 무방하지 않냐고 한다. 그러나 이 글 제일 첫 문장의 경우 '시체'와 '사체'를 바꾸어 쓰면 매우 어색하다. 그 이유에 대한 해답은 바로 사전의 정의에 있다고 볼 수 있다. 둘 다 '몸'을 뜻하지만 '시체'의 '몸'을 수식하는 것이 '죽은 사람'이고, '사체'의 경우는 '죽은'이다. 그러므로 '시체' 계열의 말들은 신원이 명확하게 밝혀진 경우에 쓸 수 있으며, 사람이라는 것이 명확하기 때문에 '시체놀이, 산송장, 초주검'과 같은 비유적인 표현도 가능하다. 반면 '사체'의 경우는 죽은 상태에 강조점이 가 있기 때문에 신분 확인이 안 된 경우에 더 적절하다. 신문 사회면에서 흔히 보는 '의문의 사체'라는 더 적절해 보이는 것이나, '유병언 씨의 사체'라는 말보다 '유병언 씨의 시신'이라는 말이 더 적절해 보이는 이유도 그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능인고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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